상품진열~민원해결 '매장 살림꾼' .. 이정숙 <하나로클럽 양재점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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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자리잡은 농산물할인점 하나로클럽 양재점.
연간 매출이 3천억원을 넘는 이곳엔 지난 7년간 변함없이 살림을 꾸려온 "안방마님"이 있다.
농협유통의 유일한 여성 과장 이정숙(48)씨.
계산원(캐쉬어)들의 맏언니인 이 과장이 매일 관리하는 돈만 평균 8억원대.
주말엔 10억원,명절 때는 30억원을 넘기도 한다.
이 과장은 지난 95년 농협유통이 설립될 때 편한 신용대출업무를 마다하고 양재동 허허벌판으로 일터를 옮겼다.
요즘이야 오후 8시면 퇴근하지만 당시엔 새벽 1,2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그녀는 상품 진열에서 판매와 민원해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매장관리업무를 도맡아야 했다.
퇴근길엔 지친 계산원들을 차에 태워 집까지 바래다주곤 했다.
"이웃에 맡겨둔 어린 딸을 업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면서 눈물도 많이 흘렸죠.농민들이 밤새 가져온 싱싱한 농산물을 소비자들에게 싸게 판다는 보람이 없었다면 벌써 그만뒀을 겁니다.저도 농부의 딸이거든요."
이 과장은 지난해 5월 계산원과 다투다가 복숭아와 수박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던 인근 갈비집 주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녀는 길길이 날뛰는 이 고객을 달래고 설득해 돌려보냈다.
이 고객은 지금은 보름마다 6백만~7백만원씩 농산물을 사가는 그녀의 최대 고객이 됐다.
이런 "큰손"단골이 이젠 10명이 넘는다.
이 과장에겐 소박한 꿈이 하나 있다.
농협에서 정년을 마치고 딸이 대학에 들어갈 무렵 텃밭이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하는 것이다.
그녀는 "언젠가 흙을 밟고 사는 농부의 딸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