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4:14
수정2006.04.02 14:17
헐리우드영화 '쇼타임'은 로버트 드니로와 에디 머피가 수사팀을 이룬 버디 액션코미디다.
판이한 성격의 백인 베테랑형사(드니로)와 흑인 신참 경찰(머피)이 서서히 호흡을 맞춰가는 구도는 형사버디영화의 전형이다.
그러나 범죄소탕보다 경찰이 등장하는 방송촬영현장에서 웃음을 찾아내는 소재가 독특하다.
성룡과 오웬 윌슨 주연의 '상하이 눈'을 연출했던 톰 데이 감독이 여기서도 액션과 폭소를 결합시켰다.
LA경찰청 미치 프레스턴형사(로버트 드니로)는 범인체포에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아온 베테랑이다.
효율을 중시하는 그는 때로는 사건수사에 방해되는 기자의 카메라를 부술 정도로 과격한 일면도 있다.
무능한 순찰경관 트레이 셀러스(에디 머피)는 코앞에서 범죄자를 번번이 놓치고 형사시험에도 여러번 낙방했다.
그는 경찰일보다는 배우에 관심이 더 많다.
퇴근후에는 거울앞에서 연기력을 키우며 배우로 대성할 날을 고대한다.
미치와 트레이의 만남은 악연으로 시작된다.
미치가 마약범을 잡으려는 순간 트레이가 난데없이 나타나 일을 그르치는 것이다.
화가 잔뜩 난 미치는 귀찮게 달려드는 방송국 카메라를 총으로 쏜다.
방송프로듀서 체이스(르네 루소)가 때마침 이 광경을 보고 경찰24시를 다룬 신설 생중계프로그램 '쇼타임'의 적임자로 캐스팅한다.
미치의 성깔이 '현대판 더티해리'를 연상시켜서다.
지난70년대를 풍미했던 '더티해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통제불능 성격의 형사 해리역을 맡았던 영화다.
미치는 완강히 거부하지만 카메라파괴로 소송위기에 직면하자 역할을 수락한다.
반면 트레이는 이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방송진앞에서 범인검거 상황을 연출해 캐스팅된다.
매스컴에 대한 두 사람의 태도가 판이한 만큼이나 카메라에 비치는 이미지도 다르다.
쇼맨십이 탁월한 트레이는 즉각 영웅으로 떠오르지만 미치는 연기부족으로 무능하게 보인다.
언론왜곡의 실상을 풍자하는 대목이다.
현장상황이 스태프들에 의해 연출됐기 때문에 실황 프로그램조차 쇼로 전락한 것이다.
매스컴에서 더 이상 진실을 기대하지 말라는 경고다.
그러나 그 경고는 오락에 함몰되고 만다.
고성능총기 밀매단과의 대결에서 미치는 총을 카메라속에 숨겨 '방송촬영중'이라고 범인을 안심시킨뒤 그들을 처단하는 것이다.
다분히 '유용한 것이야말로 진리'라는 미국적 프래그머티즘(실용주의)의 발상이다.
하지만 이 장면은 매스컴의 허상과 타협을 시도함으로써 언론왜곡에 면죄부를 줬다.
이 영화가 블랙코미디 수준으로는 격상되지 못한 것이다.
마지막에 흑백 주인공의 갈등은 우정으로 승화된다.
이는 미국 사회에서 불가능한 일이 영화의 환상속에서 실현된 것에 불과이다.
에디 머피는 원래 자신의 코미디배우 이미지를 그대로 채용했다.
그러나 로버트 드니로의 변신은 성공적이지 못하다.
지나치게 경직된 미치역은 코미디 캐릭터로서의 풍모가 묻어나지 않는다.
화면속 액션은 충실하다.
고성능 총기가 자동차를 박살내고 집을 허문다.
초고층빌딩의 천장이 무너지면서 등장인물들이 물에 쓸려 떨어지는 장면들도 볼 만하다.
24일 개봉 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