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셋째 아들 홍걸(弘傑)씨가 검찰에 출두한 16일 김대통령 내외와 청와대 관계자들은 침통하고 착잡한 분위기속에 빠져들었다. 특히 김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는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맛보면서 막내 아들이 법의 심판을 받기 위해 서울지검 청사로 들어서는 모습을 TV를 통해지켜봐야만 했다. 이날 오전 중소기업특별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김 대통령은 애써담담한 표정을 지으려 했으나 얼굴에는 무거운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이같은 고통속에서도 국정운영은 소홀히 할 수 없으며 경제, 월드컵 등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수행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김 대통령은 차분한 심정으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국정에 소홀함이 없도록 잘 챙겨나가야 한다는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막내 아들을 각별히 아끼고 사랑했던 이희호 여사의 고통과 번뇌는 더욱 컸다. 이 여사는 당초 이날 저녁 주한 미 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실업 가정을 위한 후원회 밤 행사에 참석, 후원금을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한덕수(韓悳洙) 정책기획수석을 대신 보내기로 했다. 이 여사는 하루종일 관저에 머물며 성경책을 보면서 김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아들의 건강 등을 위해 기도했다. 특히 이 여사는 TV를 통해 홍걸씨가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눈물을흘렸다는 후문이다.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의 표정도 어두웠으나 표면적으론 담담한 분위기였다. 박선숙(朴仙淑) 대변인은 "김 대통령은 자제분과 주변 문제로 국민에게 걱정을끼쳐드린 데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바 있다"면서 "김 대통령은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대통령은 흔들림없이 국정에 전념하고 국정을 챙기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김 대통령이 흔들림없이 국정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보좌해야 한다는 다짐이 있었다. 모 수석은 "청와대가 침체됐거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 아니냐"는 한 언론사 간부의 지적을 소개하면서 "밖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인데 우리가 흔들림없이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홍걸씨는 귀국 이후 변호인 이외에는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았다"면서 "어제 밤에도 조석현 변호사와 또다른 변호사 한명으로부터 법률적인 자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