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1990년대 후반 정보기술(IT)혁명에 의해 촉발된 미국의 '생산성 기적'은 첫번째로 맞이한 경기침체에서 살아 남았을 뿐 아니라 다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 생산성은 1·4분기중 연율로 8.6% 증가,19년만의 가장 빠른 증가속도를 기록했다. 이는 향후 미국 경제 성장에 좋은 징조다. 그러나 기업 이익이나 주가에도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HSBC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킹은 최신 연구보고서에서 "IT혁명에 따른 생산성 증가의 가장 큰 수혜자는 노동자와 소비자"라고 주장했다. 반면 기업들은 위험을 감수한 것에 비하면 거의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생산성 확대는 기업의 고수익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가파른 주가 상승을 정당화하는 논리로도 작용했다. 97년 이전 50년 동안은 실제로 생산성이 올라가면 이익이 증가하는 정비례 관계가 유지됐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이후 이런 관계는 무너졌다. 97∼2000년 미국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증가했지만 기업들의 총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2000년에는 금융회사를 제외한 기업들의 순이익이 94년보다 낮았다. IT혁신은 생산성을 증가시켰지만 동시에 항공 및 은행에서부터 보험과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에 걸쳐 경쟁을 격화시키는 문제점도 드러냈기 때문이다. IT의 발전이 시장 진입장벽을 낮춰 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떨어뜨리면서 기업들의 손익구조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물론 생산성의 빠른 증가가 가져다주는 총체적 혜택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생산성 증가가 수익성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주가에 반영된 투자자들의 순익에 대한 기대가 그것이다. 생산성이 계속 호조를 보이더라도 장기적 이익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을 경우 즉시 주가하락으로 이어진다. 주식투자의 수익률이 낮아지면 소비자들에게 저축의 필요성을 증대시킨다. 90년대 후반 증시가 활황일 때 소비자들은 금융소득의 증가로 미래소득도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저축보다는 지출을 늘렸다. 주가가 떨어지면 소비자들은 허리띠를 조여맬 수밖에 없다. 달러 가치의 하락도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의 생산성 기적은 자본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면서 외국 자본의 대미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시켰다. 이는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강한 달러'를 유지시키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미국 자본수익률이 예상보다 낮을 경우 외국 투자자들은 실망감으로 달러자산을 처분할 것이다. 기대에 못미치는 자본 수익률은 IT투자의 부진을 더욱 연장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많은 기업들이 막대한 IT투자에 상응하는 이익을 얻어내지 못하면서 이에 대한 회의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IT투자의 감소는 장기적으로 생산성 증가 속도의 둔화로 이어진다. 신경제이론가들은 기업들이 기존에 투자한 IT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IT를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생산성을 더욱 높이고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이론은 조만간 현실속에서 검증을 거치게 될 것이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 ◇이 글은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5월17일자)에 실린 'To these,the spoils'란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