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부시 행정부가 적극 추진해온 무역촉진권한(TPA) 법안이 대폭 수정됨에 따라 보호무역 경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무역협정 내용에 대해선 수정 없이 승인여부만 결정하게 한 TPA법 원안을 미 의회가 협정내용을 수정할 수 있도록 고쳐 통과시킨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협정체결 지연은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미 행정부와의 협상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교역환경이 이처럼 악화됨에 따라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우리경제도 큰 타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미국은 최근 외국산 철강에 대해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취한데 이어,부시 대통령이 앞으로 6년 동안 농업보조금을 현재보다 5백억달러 이상 증액하는 새 농업법에 서명한 것은 가뜩이나 기승을 부리는 보호주의를 더 부추긴 유감스러운 일이다. 미국의 철강 보호관세 부과를 불공정 무역행위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오는 6월 18일부터 미국산 의류와 과일에 3억4천만달러에 달하는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해온 유럽연합(EU)은 당연히 미국의 새 농업법에 맞서 자신들의 농업보호 정책을 더욱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미국과 유럽의 이같은 무역마찰 심화는 자유무역체제에 매우 우려되는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인 도하라운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세계 각국이 농산물시장 추가개방을 포함해 자유무역 증진을 위한 새로운 다자간협상을 시작하려는 마당에 정작 이에 앞장서야 할 미국과 유럽이 자국산업 보호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어떻게 개발도상국들에 시장개방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또한가지 문제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애꿎게 우리 수출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점이다. 올 1·4분기 철강수출만 해도 미국의 긴급수입제한과 유럽의 보복조치로 인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4%나 줄어든 15억7천만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세계 24개국에서 3백48건의 반덤핑 규제,53건의 긴급수입제한 조치,27건의 정부보조금 조사 등 다양한 무역규제 조치가 취해졌는데 이는 지난 90년대 평균수준에 비해 50%에서 최고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보호무역주의와 이에 대한 보복의 악순환을 방치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달러약세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 수출이 엄청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포함한 다양한 통상대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