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대출을 받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작년 10월 한국은행이 외화 대출의 용도제한을 폐지한데 따라 시설자금뿐만 아니라 운전자금용 엔화 대출도 가능해지면서 대출 금리가 연 3%대에 불과한 엔화 대출 쪽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작년말 1백30억엔이던 기업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이 지난 14일 현재 1천5억엔으로 늘었다. 엔화 대출금의 45% 가량은 운전자금으로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은행 국제금융부 이진호 팀장은 "기업들은 엔화로 빌린 다음 원화로 바꿔 운전.시설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환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지만 환율급변시 대출금 조기상환 조건, 원화대출 전환 등의 방식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측은 엔화 대출을 연말까지 1조원 가량 더 늘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행은 이달말 1백20억엔을 추가 차입하기로 했다. 한미은행도 엔화대출 실적이 작년말 2억6천만엔에서 지난 14일 현재 1백7억엔으로 늘어났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엔화약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금리 민감도가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엔화대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시설자금용으로 엔화 자금을 빌려 주고 있는 산업은행도 대출실적이 작년말 3천2백억엔에서 3천5백억엔 규모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