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전이 있으면 해석이 있다. 형법 제1조에 뭐라 돼있든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선 추상적인 문구를 풀어내야 한다.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종교학과 교수인 프란츠 메트칼프의 '부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SPR연구소 옮김,예지,1만5백원)는 법구경 등에 실린 부처님 말씀을 일상 생활에 맞게 해석해낸 책이다. 직장에서 부딪치는 101가지 문제에 대해 부처님이라면 이렇게 하셨을 것이라는 나름대로 가정을 조리있게 펼쳐놓는다. 저자는 이익을 남기는 것 자체를 나무라지 않았다며 깨끗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은 부처님도 옳다고 하셨다고 말한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출간된 책중에는 스님들의 건강법을 다룬 '풍경소리로 여는 산사의 아침'(법선·문미화 지음,오늘의 책,8천원)도 있다. 스님들의 기체조,산책법,식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스님들은 대개 밤 9~10시에 잠들어 새벽 2~3시에 일어나는데 아침마다 자리에서 얼굴 목 배 허리 손바닥 잇몸을 문지른다. 이는 혈액순환을 도와 아침을 여는 데 도움을 준다. 소설가 정찬주씨의 '나를 찾는 붓다기행'(민음사,1만원)은 네팔과 인도를 돌아본 경험을 담고 있다. 부처가 태어난 룸비니,그가 성장한 카필라 성터를 순례하며 부처의 흔적을 더듬는다. 특히 부처가 설법한 기원정사 주변 숲에 관한 전설은 흥미롭다. 한 여인이 출산을 위해 친정으로 가던 중 폭풍우 속에서 아이를 낳게 되었다. 남편은 나뭇가지를 구하려다 독사에 물려 죽고,물이 불어난 강을 건너려고 강가에 잠시 뉘어놓은 갓난아기는 독수리에게 채여 죽는다. 큰 아이마저 강을 건너다 급류에 휩쓸려 죽는다. 졸지에 남편과 두 아들을 잃은 여인은 겨우 친정집에 도착했는데 간밤의 폭우로 집이 무너져 부모 형제도 모두 죽은 상태였다. 여인은 가족의 시신을 화장하는 자리에서 울부짖다가 부처의 설법을 듣고 출가했다. 일체개고(一切皆苦)라는 불교의 세계관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일화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