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호들의 '아름다운 투쟁'이 재개됐다. 상속세를 영구히 폐지하려는 의회의 움직임에 맞서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상속세 존속'을 위한 투쟁에 나선 것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회장의 아버지인 윌리엄 게이츠 시니어는 '상속세폐지'를 반대하는 대표적 인물.빌 게이츠재단의 공동 이사장인 그는 조만간 워싱턴을 방문,의원 등을 상대로 '상속세존속'을 적극 설득할 계획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조지 소로스,워런 버핏 등 미국의 거부(巨富) 1백여명도 상속세 폐지를 적극 반대하며 이에 동참하고 있다. 게이츠를 비롯한 1백여명의 거부들은 지난해 초에도 부시 행정부의 상속세 한시폐지 법안을 강력히 반대하며 저지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2010년까지 상속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규모 감세법안은 압도적 표차로 의회를 통과했다. 미 의회는 나아가 상속세 영구폐지를 위한 입법을 추진중이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오는 6월중 관련법안을 통과시킨다는 입장이다. 재계의 로비스트들도 법안통과를 위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아름다운 투쟁'을 벌이는 부호들은 "이번 워싱턴 방문을 통해 상속세존속을 위한 로비를 보다 효과적으로 펼치겠다"고 다짐한다. 경기 및 재정전망이 지난해초보다 불투명해진 현실을 감안할 때 '상속세폐지'법안이 통과되기는 힘들 것이란 낙관론도 피력하고 있다. 이들의 투쟁에는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한 감세정책의 하나로 상속세 영구폐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빈부격차가 더욱 확대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이들은 상속세 폐지가 갑부들의 '기부의욕'을 꺾어 사회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게이츠는 '상속세는 연방정부가 내리는 벌'이라는 항간의 인식도 단호히 거부한다. "미국에 살면서 받은 혜택의 일부를 정부에 되돌려 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노력이 성공할지 여부는 미지수나 사회발전을 위한 아름다운 투쟁인 것은 분명하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