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말 터진 외환위기 이후 얇아졌던 도시 근로자 가구의 월급봉투가 5년 만에 처음으로 예전 두께를 회복했다. 그러나 도시 근로자 가구들간의 소득 격차는 외환위기 이전보다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소득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지난 1·4분기 중 도시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실질소득(2000년 가격 기준)은 2백64만2천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5.4% 늘어났다. 1997년 1·4분기의 월평균 소득 2백58만7천원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 명목가격을 적용할 경우 월소득은 지난 1·4분기 중 2백78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1% 늘었다. 최근의 경기 회복으로 가구주 근로소득(6.4%)과 배우자의 근로소득(19.6%)이 늘어났고 사업 및 부업소득(17.3%)도 많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득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9.8%)보다 둔화,경기상승이 임금인상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분기 중 가계지출 증가율은 6.8%로 작년 동기(7.4%)보다 다소 낮아졌다. ◆소비성향 낮아져=도시 근로자 가구의 소득은 늘어난 반면 소비성향은 오히려 떨어졌다. 소비지출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눠 백분율로 계산하는 소비성향은 지난 1·4분기 중 76.3%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9%포인트 낮아졌다. 소비성향이 낮아지면 가계저축은 그만큼 늘어난다.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제외한 가구 흑자액은 월 58만7천원으로 13.1% 늘어났다. 소득증가분보다 더 많은 비율로 돈을 저축한다는 뜻이다. 도시 근로자 가구의 소비성향 하락은 최근의 가계대출 급증이나 과소비 현상과는 다른 추세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중 국내 전체 가구의 경상소득이 5년 전에 비해 12.4% 늘어나는 동안 가계지출은 27.7% 증가,소비성향이 크게 높아졌었다. ◆소득분배 구조는 여전히 나빠=1·4분기 중 소득5분위 배율은 5.4로 1997년 1·4분기의 4.81보다 높아졌다. 소득5분위 배율이란 소득계층을 5단계로 나눠 최상위 20%에 속하는 가구의 평균소득이 최하위 20%에 속하는 가구의 평균소득보다 몇 배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커질수록 소득 격차가 그만큼 벌어졌음을 가리킨다. 소득5분위 배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4분기 중 5.52로 높아진 이후 계속 5배 이상을 유지해왔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