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앨런 페리튼 < GM 亞太 신규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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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개발중인 J-200(누비라 후속모델)이나 P-100(중대형 세단)은 당장 세계시장에 내놔도 조금도 손색이 없습니다. 대우차의 연구개발(R&D)센터가 제너럴모터스(GM)의 글로벌 전략기지로 자리잡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GM의 앨런 페리튼 아시아.태평양지역 신규사업 본부장은 신설법인(GM-대우 오토 테크놀로지&컴퍼니)의 장래를 낙관했다.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서울 힐튼호텔에서 기자와 만난 페리튼 본부장은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오랫동안 공을 들였던 대우차 인수작업이 마무리된 데다 신설법인 출범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페리튼 본부장은 심지어 "일본에 있는 집은 '하숙집'일 뿐이며 힐튼호텔이 사실상 집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GM 아시아본부의 대(對)한국 전략의 중요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주말마다 가정이 있는 도쿄로 돌아가지만 신설법인이 한국에 안착하는 동안은 계속 서울에 머물 예정이란다.
신설법인에서 그의 역할은 '조력자(supporter)'라고 한다.
릭 라일리 신설법인 사장 내정자와 함께 대우차의 중장기 비전을 설정하고 글로벌 전략과의 연계를 모색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페리튼 본부장은 "경쟁력있는 신차들을 잇따라 투입해 '잃어버린 시장점유율(lost market share)'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지만 수출 또한 등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설법인은 당분간 마티즈 칼로스 J-200 레조 매그너스 등 5개 플랫폼을 기반으로 국내외 시장 판매를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복투자만 되지 않는다면 대우차와 GM그룹과의 플랫폼 교환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이스즈가 GM그룹 전체에 승용차 디젤엔진을 공급하는 것처럼 대우 플랫폼이 다른 쪽으로 전파될 수도 있다는 것.
반대로 R&D 비용 절감을 위해 GM의 글로벌 플랫폼을 한국에 들여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또 기존 부평공장의 R&D 능력이 예상보다 뛰어나 본사에서 그다지 많은 수의 엔지니어 인력을 파견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체결된 본계약에는 GM측이 엔지니어를 14명까지 파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 그는 "지금으로서는 부평공장 인수를 장담할 수 없지만 인수조건이 합리적이고 충분한 동기 부여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부평공장이 약진할 수 있는 여건은 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였지만 예전보다 부평의 가치를 높게 매기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페리튼 본부장이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은 때는 지난 1965년.
불과 19살의 나이에 선교사 신분으로 한국을 찾아 서울과 대구의 빈민가에서 구호활동을 벌였다.
그는 "어려서부터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가정교육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나'라는 존재는 반드시 사회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다는 것.
1968년에 미국으로 돌아갔던 그는 1978년 한국의 새한자동차 부품담당 부매니저로 임명돼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한강의 기적'을 생생하게 지켜봤다는 페리튼 본부장은 "수차례의 국난에도 꺾이지 않는 한국인들의 강인한 민족성과 특유의 근면성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2년 전 대우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포드가 선정됐을 당시엔 아쉬움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협상은 내 생애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GM과 대우차 모두에 이득이 된다는 점에서 만족합니다. 대우라는 브랜드는 GM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다시 만개(滿開)할 날이 올 것입니다."
페리튼 본부장은 한때 노회한 협상전략가로 우리 채권단을 긴장시킨 인물이었지만 이제는 어느 누구보다도 따뜻한 눈길로 대우차를 바라보고 있다.
조일훈.정지영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