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4:23
수정2006.04.02 14:26
한국경제신문은 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포천지가 선정한 '미국의 일하기 가장 좋은 1백대 기업' 현장 취재 시리즈를 마련했다.
컨테이너스토어, TD인더스트리즈, TI, SAS, 시노버스 파이낸셜, 애프랙 등 주요 6개사를 선정해 이들 기업의 신뢰경영 현황을 구체적 사례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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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테이너스토어 ]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시 알파로드에 위치한 컨테이너스토어.
남녀 직원들이 푸른 앞치마를 두른 채 2천5백 평방피트의 영업장을 분주히 오가고 있다.
누가 점원인지, 누가 매니저인지 전혀 구분이 가지 않는 차림새다.
모두가 각각의 고객들을 상대하며 무엇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가리키며 그려주고 있다.
얼핏 보면 여느 기업과 크게 다른 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컨테이너스토어는 2000, 2001, 2002년 포천이 선정한 '1백대 일하기 좋은 기업'에서 각각 1위, 1위, 2위에 랭크된 회사다.
GE 마이크로소프트 등 내로라하는 미국의 간판기업들을 제치고.
앨리슨 코프랜드 홍보담당자는 이 회사가 일하기 좋은 기업에서 선두랭킹을 유지하는데 대해 "경영층과 직원들간의 신뢰, 직원들 사이의 신뢰, 고객과 직원들간의 신뢰 때문"이라는 말로 압축했다.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전직원과 심지어 사장 및 회장까지 청소 판매 영업 등 모든 업무를 같이 한다(Everybody does everything. A saleman is a manager, a manager is a salesman)"고 말했다.
특히 업무에 관한 결정은 회장이 내리는 것이나 점원이 내리는 것이나 동일하다.
다시 말해 경영층과 직원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차단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거창한 경영이론, 액자 속의 경영철학이 아니라 언제든지 일상업무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원칙에 의해 회사가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실제 컨테이너스토어엔 경영정책이나 가이드라인이 따로 없고 오로지 6가지 원칙만 존재할 뿐이다.
가장 중요한 2가지(Golden Rules)중 하나는 '내가 대접받기를 원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Fill the others' basket)'는 것이다.
이 원칙은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한 말에서 따왔다.
컨테이너스토어는 경영진과 직원, 직원과 직원, 고객과 직원, 협력 및 납품업체들 모두에 이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서로를 신뢰하도록 하는 원칙이다.
예를 들어 납품업체 트럭이 들어와 물건을 부리고 나면 점원들이 트럭을 청소하고 말끔히 정리정돈 해준다.
납품업체가 쓰러질 경우 일정기간 제품을 보관해 주기도 한다.
다른 한가지 골든룰은 'Man-in-the desert'다.
이 원칙에 따르면 고객이 플라스틱 박스 하나를 사고 싶어 하면 점원은 단순히 박스가 놓인 위치만 가르쳐 주는게 아니다.
박스에 물건을 담을 때 테이프는 어떻게 붙이는지, 박스를 어떻게 포장해야 하는지,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등 세세한 정보를 컨설팅해 준다.
고객이 예상했던 것 이상의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다.
다양한 질문을 통해 고객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조언하고 만족시켜 줌으로써 신뢰를 쌓아간다.
박스 하나만 파는게 아니라 '신뢰를 판다'는 원칙이다.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가 최고 브랜드인 셈이다.
컨테이너스토어는 이같은 영업을 위해 1년에 2백35시간을 영업직원 훈련에 투자하고 있다.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는 세번째 원칙이 적용된다.
'한사람의 훌륭한 일꾼이 세사람 몫을 한다(One great person equals three good people)'는 원칙이다.
한사람이라도 올바로 뽑아 훈련시켜야 고임금을 주더라도 아깝지 않다는 원칙이다.
연봉규모는 직급에 제한되지 않는다.
판매가 잘 되는 곳과 안되는 곳을 번갈아 이동시켜 준다.
자신이 원하면 평생 일할 수 있다.
점원이 매니저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기도 한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컨테이너스토어에서 쇼핑하다가 회사 분위기에 매료돼 입사했다고 한다.
목사 군인 증권사직원 교사 엔지니어 등 다양한 출신의 직원들이 컨테이너스토어에서 근무하는 이유다.
기자 출신인 존 노먼 매니저는 현재 직원들의 자기계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9년째 근무중이다.
그는 "회사의 경영원칙과 비전이 마음에 들어 입사했다"고 말했다.
판매대 카운트를 보고 있는 점원 휘트니씨는 "5년째 근무하고 있다"며 "점원들의 친절한 컨설팅이 기억에 남아 입사했다"고 전했다.
신입사원 채용방식은 독특하다.
전직원이 심사한다.
매니저나 사장은 직원들이 평가한 내용을 존중해 입사자를 최종 결정한다.
종업원을 무시하고 매니저만 만나야겠다고 고집하는 구직자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경영층이 종업원들을 신뢰하고 있다는 얘기다.
3시간짜리 시간제 구직자(파트타이머)를 채용하더라도 파트타見獺罐?보고 채용하지 않는다.
미래의 매니저, 사장감으로 보고 뽑는다.
실제로 리셉셔니스트에서 부사장까지 오른 파트타이머 사례도 있다.
컨테이너스토어엔 수평적 수직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특별한 시스템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CEO는 '회사 어디를 가나 눈에 띄는 사람(Visible man)'이다.
업무현장에서 수시로 볼 수 있는 사람이다.
티 안내고 종업원과 같이 일하면서 강한 신뢰감을 심어주고 있다.
직원들은 파트타이머들과도 회사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파트타이머는 중요한 시간대에 일손을 빌려 쓰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곳에서는 프라임타이머(prime timer)라고 부른다.
단어자체에 파트타이머를 존중하는 생각이 담겨 있다.
3년 이상 경력의 파트타이머에게는 의료보험 혜택까지 준다.
컨테이너스토어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 중 약 50%가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정착한다는 까닭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 직원과 직원간의 의사소통을 통한 신뢰 형성이야말로 컨테이너스토어가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선정된 가장 중요한 배경이며 회사의 최고 경쟁력이다.
댈러스=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