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의 날'은 만20세가 된 사람에게 성인으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부여하는 날이다. 1973년 봄 4월20일로 제정됐다가 75년 5월6일로 바뀌었고 85년부터 5월 셋째 월요일로 정해졌다. 성년이 되면 선거권을 갖고 부모(친권자)의 동의 없이 결혼할 수 있게 되는 등 한 사람의 독립적인 인격체가 된다. 오늘날엔 성년이 된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지만 우리 선조들은 달랐다. 일생의 네 가지 의례로 '관혼상제(冠婚喪祭)'를 꼽을 만큼 관례(冠禮)를 중시한 게 그것이다. 관례란 남자에겐 상투를 틀어 갓(冠巾)을 씌우고,여자에겐 쪽을 찌고 비녀를 꽂아주는(계례) 성년식이었다. 관례는 15∼20세에 치렀는데 세번에 걸쳐 옷을 갈아입히고 모자를 씌우는 삼가례(三加禮),축하연을 베풀어 술을 주는 초례(醮禮),자를 지어주는 자관자례(字冠者禮) 순으로 성대하게 이뤄졌다. 보통 15세가 되면 치른 계례 또한 머리를 올리고, 옥색회장저고리와 겹치마에 당의 노리개를 곁들인 화려한 모습으로 치장해 여자아이에서 여인네로 거듭난 것을 축하했다. 형식만 중시한 게 아니다. '관례를 했어도 성인으로서의 일을 하지 않으면 몸을 마치도록 성인이 됐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관례가 무슨 득이 되랴' 는 정자(程子?중국 송대의 유학자)의 말을 좇아 관례 후의 의무를 강조했다. 갑자기 어른이 된다는 건 당혹스럽고 고통스러운 일일 수 있다. 문득 크게 다가온 책무와 두려운 현실 앞에서 좌절하기도 쉽다.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어령씨는 그러나 힘든 상황일수록 덕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덕담은 희망을 갖게 해 숨겨진 능력을 일깨움으로써 꿈이 기적처럼 실현되게 하는, 우리 조상이 발명한 플라시보(僞藥)'라는 것이다. 20일은 서른번째 성년의 날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선 옛 관례에 준한 표준성년례를 연다고 한다. 굳이 의식을 갖지 않더라도 스무살이 된 사람은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고, 지켜보는 어른들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힘겨워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플라시보 효과 가득한 덕담을 주는 날이 됐으면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