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마케팅 D-10] 지구촌 60억 눈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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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 A씨. 그는 어느날 아침 포항제철의 철근과 금강고려화학의 건축자재로 지은 집에서 잠을 깬다. 질레트 면도기로 수염을 깎고 JVC텔레비전으로 아침뉴스를 확인한다. 현대자동차를 손수 운전, 출근 길에 오른다. 회사에 도착하자 마자 도시바 오디오로 사무실 분위기를 띄우고는 후지제록스로 보고서를 복사한다. 야후와 AVAYA의 솔루션을 이용, 정보를 주고 받은 그는 한국통신(KT) 통신망으로 전화를 건다. 이때 KTF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현대해상으로부터 걸려온 보험관련 전화다. 점심시간. 주택은행에서 돈을 찾아 맥도날드 햄버거로 간단히 해결한다. 저녁엔 롯데호텔에서 접대를 하고 마스터카드로 결제한다. 식사후 버드와이저 맥주 한잔을 하며 주말에 대한항공을 타고 갈 여행스케줄을 점검해 본다. 이번 여행은 아디다스 운동화를 신고가서 후지필름을 사용할 예정이다."
월드컵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공식후원업체들을 이용해 만들어 본 '한국인 A씨의 하루'에 관한 가상 시나리오다.
한때 광고시장을 석권, CF계의 여왕으로 일컬어지던 탤런트 이영애씨가 자신이 광고모델로 출연한 제품만 사용해도 하루를 무리없이 보낼 수 있다고 해서 생겨난 '이영애의 하루'라는 유머를 무색케 하는 대목이다.
지금 우리 국민은 '월드컵'이란 단어를 이용해 마케팅을 펼치는 제품만 사용해도 1년 정도는 아무런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을듯 싶다.
그러나 월드컵 마케팅의 한계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공식후원업체보다 훨씬 더 많은 앰부시마케팅 업체들이 '월드컵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앰부시마케팅 업체들이 주로 쓰는 단어는 '16강' '코리아' '한국팀' 등.
이중 붉은 악마를 후원하는 SK텔레콤이나 한국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이동통신 관련 업체의 활동은 가장 두드러지는 편이다.
스포츠용품업체는 불티나게 팔리는 제품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고 자동차 업계는 월드컵 특별모델을 제작, 판매에 들어갔다.
유통업계에선 다가올 특수에 대비, 백화점은 물론이고 남대문 등 재래유통업계도 영어, 일어, 중국어 등 통역서비스를 제공할 안내센터를 개설했다.
패션업체들은 특별 한정상품을 팔고 16강을 기원하는 16만원짜리 양복을 내놓기도 했다.
호텔과 외식업체들은 특별 메뉴를 준비하고 한국전 단체관람을 유도하며 고객유치에 발벋고 나서고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월드컵을 연상치 않고는 생활할 수 없을 정도다.
88올림픽이후 14년만에 찾아 온 초대형 스포츠이벤트.
그 특수를 노리는 기업들의 마케팅 열기는 개막을 10일 남기고 더욱 뜨겁에 달아오르고 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