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전국 팔도의 별미중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음식이 있다. 그러나 궁중한식과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설렁탕은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맛보기 힘든 음식이다. 서울의 궁중한식은 예전의 그것보다 화려한 점이 특징이다. 찬의 가짓수로 판가름되는 궁중한식은 옛날 임금님의 수라상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고 궁중의 주연상이나 잔칫상에 맞먹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그윽한 한옥분위기를 갖춘 집이라면 더욱 운치있게 즐길 수 있다. 설렁탕은 싱싱한 파와 적당히 익은 깍두기만 있으면 먹을 수 있을 만큼 간단한 게 장점이다. 최근에는 배추 겉절이 김치를 추가로 내오는 집들이 많아졌다. 서울 설렁탕은 뼈와 잡고기 내장등이 고루 들어가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며 다소 탁한 빛이 나긴 하지만 뒷맛이 깊고 시원한 점이 특징이다. 인천에는 월남한 북한 실향민과 6.25직후 대거 이주해온 서산과 태안반도 출신의 충남출신 사람들이 많다. 평안도와 황해도 음식인 냉면과 충청도 해안쪽에서 유명한 회와 탕문화가 발달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인천의 냉면문화는 전국에서 보기 드물게 옛날 평안도 황해도 지역에서 맛볼 수 있었던 고유한 냉면의 특성를 훼손시키지 않은 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냉면을 먹기전 녹두부침이나 불고기 수육등을 안주 삼아 소주를 한잔 곁들이는 집들이 특히 많다. 인천은 또 물텅벙이로도 불리는 아귀요리가 유명하다. 깨끗이 다음어 데쳐낸 콩나물을 고추와 마늘양념에 비벼 내오는 아구찜은 톡 쏘는 맛이 입에서는 맵지만 속은 편안하고 먹고 난 후에도 시원한 여운을 남겨줘 한번 맛본 사람은 다시 찾게 된다. 용현동 로타리에 모두 7-8곳의 물텅벙이집들이 모여있고 송도와 송현시장에도 여러집 있다. 외모부터 흉칙하다고 할만큼 못생긴 물고기지만 탄력있는 물렁뼈와 부드러운 속쌀의 씹히는 맛이 독특하다. 전주는 한국의 대표적인 맛고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전주비빔밥과 콩나물해장국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음식이다. 전주에는 지금도 30~40년씩 비빔밥을 대물림하면서 장사를 하는 집이 적지 않다. 전주비빔밥은 무엇보다 풍부한 비빔밥이 강점으로 때론 밥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비빌때 쓰이는 고추장과 간장 또한 몇해씩 충분히 묵혀서 사용하는 것도 전주비빔밥 맛의 특징이다. 밥을 비벼놓았을 때 보다 순하고 깊은 맛이 우러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빔밥은 다른 곳에서도 맛볼 수 있지만 콩나물해장국 만큼은 맛이나 양에서 전주산을 최고로 꼽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전주콩나물국밥에 들어가는 콩나물은 임실과 진안일대에서 나는 쥐눈이콩에서 나온 것으로 다른 어느 지방것보다 맛이 뛰어나다. 새우젓을 곁들여 한숟갈 먹으면 담백하고 시원맛이 다시 찾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일품이다. 예(藝)와 문(文)의 고장 광주는 남도음식의 집합지로 손꼽혀 왔다. 이중 광주가 발상지로 알려진 한우생고기와 세발낙지는 특히 타지 사람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 80년대초 금남로에서 일기 시작한 생고기바람은 80년대 중반 광주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이어 서울로 이어지면서 "광주직송 생고기전문"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어야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금도 광주를 중심으로 한 한우전문업체들이 함평 나주 화순등지에서 나는 한우를 전국으로 공급하며 생고기문화를 이끌고 있다. 세발낙지는 현재 상천동 서부등기소 입구의 낙지 전문점들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어 세발낙지의 진수를 맛보기에 아쉬움이 없다. 이것 저것 다 제쳐놓고 맑고 담백한 장국에 하얀 쌀밥을 곁들이고 토하젓을 비롯한 밑반찬이 가지런히 차려 나오는 연포탕 한 상이면 세발낙지의 훌륭한 맛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의 별미로는 갈치국을 들 수 있다. 갈치는 제주도의 특산물로 꼽힐 만큼 제주 근해에는 대표적인 갈치어장이 형성돼 있다. 제주도에서는 갈치를 굽는 것보다 국을 끓여 담백하고 고소한 생선국으로 더 즐긴다. 비린 맛이 하나도 없고 입에 감치는 국맛은 산모들의 산후조리에도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제주의 명물인 자리돔젓이나 자리조림 새콤한 도라지나물등이 찬으로 제공돼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수원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것이 수원성과 함께 수원갈비이다. 수원갈비는 입에 녹듯 부드럽고 강하게 당기는 특유의 맛으로 이미 60년대 초부터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수원갈비는 수원과 화성지역에서 나는 한우 암소갈비로 기름을 알맞게 다듬어 낸뒤 과일과 야채즙을 붓고 소금간을 해 신선한 곳에 충분히 재워 낸다. 간이 충분히 배었지만 간장이 들어가지 않아 빨간 고기빛깔이 그대로 살아있으면서 감칠맛이 뛰어난 점이 특징이다. 닭백숙을 곁들인 부드러운 평양냉면은 대전에 들르면 한번쯤 찾아볼 만한 별미다. 냉면은 유성구 탄동이 유명하다. 닭을 삶은 국물에 동치미국물을 알맞게 섞어 냉면을 내오는 데 부드럽고 담백한 육수맛과 구수한 메밀국수가 어우러져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또 닭고기육수에 닭고기를 얹어주는 냉면맛도 다른 곳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각별한 맛이다. 대구의 탕문화는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중 중앙사거리에 포진한 따로국밥이 특히 유명하다. 뼈를 푹 고아놓은 진국에 뻘건 고추기름이 가득 덮히고 선지가 한 덩어리 얹혀 나오는 따로국밥은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가히 일품이다. 최근 조리법이 많이 바뀌어 기름을 말끔히 걷어내고 대파와 무를 넣어 파가 흐물흐물하게 될 정도로 한번 더 끓인다. 그래서인지 이전보다 한결 더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우러난다. 울산은 한국의 대표적인 고래고기 산지다. 장생포고래고기는 생고기로 팔기도 하고 수육처럼 푹 삶아 즉석에서 맛볼 수도 있다. 고래의 꼬리부분에서 떼낸 고래우네와 뱃살부위인 고래오배기가 특히 인기있는 별미로 꼽힌다. 고래고기 특유의 육향이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지만 한두점 먹는 사이 금방 입에 붙는다는 점이 특이하다. 수육과 탕처럼 끓여낸 찌개도 술안주로 그만이다. 언양불고기에 함께 제공되는 찬은 물김치,쌈,마늘,풋고추등이 전부다. 이들 찬이라야 순수한 한우고기 구이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다른곳과 달리 생갈비나 특수부위를 내세우지 않고 모듬생고기로 숯불에 굽는 집들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국내뿐 아니라 일본 중국 관광객들까지 와서 맛을 보고 갈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부산하면 자갈치 시장과 싱싱한 횟감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해운대갈비와 기장멸치회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해운대 갈비는 60년대 초부터 명성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전국에 갈비붐을 일으킨 주역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고유의 양념갈비에서 출발한 해운대 갈비는 굽는 불판으로 석쇠가 아닌 둥그런 불고기판을 사용해 양념에 채운 갈비를 올려놓은 뒤 익는대로 차례대로 먹고 양념국물을 또 밥에 비벼먹어야 제맛을 맛볼 수 있다. 해운대구 기장읍은 멸치회를 맛보러 오는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댄다. 멸치는 5~6월 것을 최상품으로 치고 있다. 멸치의 부드러운 살점이 접시에 담겨 나오는데 초장에 비벼 상추쌈에 싸거나 미나리와 양파와 함께 먹기도 한다. 따끈한 생멸치국을 곁들인 이 음식에 한번 맛을 들이면 다시 찾을 수 밖에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