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대의 스포츠축제 2002한.일 월드컵이 꼭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불과 2백여시간 뒤에는 지난 2년반이란 기간동안 준비해 온 개막식의 웅대한 모습이 위성을 타고 전세계 인류의 가슴속으로 동시에 전파될 것이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공동개최되는 월드컵대회의 문을 여는 개막식 총감독을 맡아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는 손진책 극단미추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6만 관중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이번 월드컵개막식의 성공 열쇠가 될 것입니다" 손진책 총감독은 "조화로운 상생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세계에 전하며 한쪽 방향이 아닌 상호 커뮤니케이션의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 개막식행사의 주된 개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개막행사의 주개념을 소통(Communication)으로 설정한 이유는. "인류의 역사는 소통을 위한 발전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며 인간만이 가진 언어는 소통을 하고자하는 의지의 소산물이고 동인이다. 인간의 소통에 대한 의지는 보이지 않는 신에게로까지 확대된다. 전세계 어느 민족이나 가지고 있는 제사의식은 바로 신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이다. 인간은 소통을 통해 진정한 구원을 기원해왔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소통을 불가능하게 하는 많은 요소들이 있다. 개인의 이기심,민족의 배타적 국수주의,권력의 유아독존적 오만함 등이 그것이다. 인간의 수많은 재난과 비극은 이같은 요소들에 의해 소통이 방해받으면서 생겨난 것이었다. 전인류의 축제인 월드컵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장벽을 극복하고 진정한 평화를 전하고자 했다." -개막식 구성은 어떻게 이뤄졌나. "한국의 전통적 연희방식을 인용해 전체를 4장으로 구성했다. 우리의 놀이는 길머리-고사-본놀이-뒤풀이의 순으로 구성된다. 길머리에 해당하는 첫째 마당은 환영과 월드컵 성공과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둘째 마당은 소통. 세계 악기의 공통분모인 타악기(북)를 소통의 수단으로 삼았다. 세째마당은 소통의 정신을 통해 상생을 이루자는 의미로 어울림으로 정했으며 네번 마당에서는 이렇게 이뤄진 평화를 서로 나눈다는 뜻을 담았다." -출연자 규모는 얼마나되나. "총2천3백명이 출연한다. 출연자는 기존의 대형 이벤트가 학생들을 상당부분 동원했던 것과는 달리 모두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군의 협조도 받았다. 공연 맨처음에 등장하는 축하무용단은 4백명선이 될 것이다." -기존의 월드컵 개막식과 차별화되는 점은. "한국의 연희의 특징은 연희하는 자와 보는자가 확연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구의 공연에서는 무대와 객석이 나뉘어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관객과 공연자가 같은 공간에 서서 하나의 작품을 같이 만들어간다. 스탠드에 자리잡은 세계 각국의 관중들이 단순히 보는 사람의 개념에서 탈피,그라운드의 공연자와 소통하고 참여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개막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무엇인가. "공연의 극적인 연출을 위해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를 다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둘째 마당 소통의 완성 부분에서 전체 관중이 함께 참여하는데 가장 깊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공연의 표현방식은 어떤 원칙으로 구성했나. "기본 표현방법은 한국의 문화적 전통성을 근간으로 하되 세계적 보편성을 얻어 누구나 거부감없이 받아들일수 있도록 재해석했다. 예로 소통을 나타내기 위해 세계 최초로 실용화된 한국의 쌍방향 통신 IMT-2000과 백남준씨의 비디오 아트 등을 이용하기도 했다. 30분동안 진행될 개막행사의 마지막에는 6만의 관중이 아리랑을 합창하도록 했다. 이때 부를 아리랑은 우리가 아는 가사 대신 '아리 아리 아라리' 등 언어에 구애 받지 않는 후렴구를 사용하도록 새로 작곡된 노래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개최하는 대회인데 일본문화와의 조화는 어떻게 이뤘나. "한국에서 이뤄지는 개막식에서는 한국적인 면이 좀 더 강조된다. 반대로 일본에서 이뤄지는 폐막식은 일본적 색채가 강조될 것이다. 이는 양국의 공연관계자들이 충분히 협의하고 결정한 부분이다. 처음에는 개.폐막식에 양국의 문화를 모두 담으려 했으나 워낙 큰 프로젝트이다 보니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에 부딪혔다. 그래서 결국 각자의 것을 준비하되 공통의 개념을 도입키로 결론지었다. 그래서 테마도 한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동방으로부터(From the east)'로 정했다. 개막식이 한국적인 것을 바탕으로 이뤄지더라도 중간에 각국 전통의상들이 모두 등장하고 양국의 가수가 동수로 참여하는 등 준비과정을 양국이 논의하면서 진행해 왔다." -행사순서에 공식가수인 아나스타샤와 공식가요인 "붐"이 빠져있는데. "당초 순서에 넣으려 했던 아나스타샤가 얼마전 공연에 참가할 수 없다고 통보를 해왔다. 공식가수가 없는 상황에서 공식가요를 다른 사람이 부를 수도 없어 순서에서 제외했다." -88올림픽때는 전야제를 연출했는데 그때와 비교한다면. "당시의 공연기획이 다양한 측면을 아우르는 개념이었다면 이번 월드컵개막행사는 한가지 주제로 특화했다. 공연준비 환경도 매우 좋아졌다. 10여년을 지나는 사이에 우리나라에 능력있는 이벤트 전문가들이 많이 늘어나 작업이 한결 수월해졌다." -준비과정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공연 연습 그 자체보다는 외부적인 것일 것이다. 기획단계에서부터 몇년간의 준비가 필요한 큰 행사를 막바지에서 조율하려면 그만큼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이런 점들이 가장 어려운 점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연습일정은 어떻게 되나. "아침 10시부터 오후6시까지 연습을 한다. 이밖에도 각종 회의가 잇달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내 자신보다는 같이 준비하는 사람들이 더 고생을 한다. 많은 곳에서 관심을 갖는 행사이다 보니 공연을 연출하고 연습해야하는 본연의 임무 이외에도 각종 프리젠테이션 등 과외업무에 할애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개인적으로는 축구를 좋아하나. "축구대회 개막식을 맡은 사람으로서 적절치 않은 말이지만 평소에는 별로 축구를 즐기는 편이 못된다. 다만 한국국가대표팀 경기처럼 큰 게임은 흥미를 갖고 본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기원한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 손진책 총감독 프로필 ] 1947년생 학력: 서라벌 예대 연극과 현직: 국제 극예술협회 한국본부 부회장,극단 미추 대표 겸 예술감독,중앙대학교 국악대학 창작음악극과 초빙교수 경력: 2000 세계연극인의 축제 예술 감독,88서울 올림픽 전야제 "한강 축제" 연출,극단 미추 창단,극단 민예 창단 동인 수상: 한국연극예술상(1983년) 올해의 좋은 예술가상(1995년) 백상예술대상(199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