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수출팀의 한성민 대리(32)는 일주일에 한번씩 평택항에 들른다. 작년까진 인천항에서 수출자동차 선적 현황을 확인했었으나 수출항이 평택항으로 바뀌면서 일터도 옮겨졌다. 서울 신림동에 사는 김정곤씨(43)는 요즘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안면도, 대천해수욕장 등 서해안 명소를 찾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도로 개통 전에는 반나절이나 걸렸던 이 지역이 2∼3시간이면 갈 수 있는 매력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평택항과 전남 광양항, 강원도 동해항 등이 자동차와 컨테이너의 수출항으로 떠오르면서 전국의 물류지도가 바뀌고 있다. 항구들의 '부침'도 뚜렷해지면서 지역경제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여기에다 서해안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대진고속도로가 잇달아 개통되면서 전국의 관광지도도 다시 그려지고 있다. 물류와 관광판도가 바뀌면서 지역 부동산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 신항만으로 물동량 몰린다 =98년부터 운영에 들어간 평택항은 급신장하고 있다. 지난 2000년 3천1백12만2천t이던 연간 처리 물동량이 지난해에는 3천9백40만5천t으로 급증했다. 성장률 26.9%로 전국 항만 중 1위다.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물류 흐름이 원활해진 전남 광양항은 지난 4월말 현재 컨테이너 처리량이 34만3천7백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만3천4백TEU에 비해 41%나 증가했다. 지난 99년에 비해서는 무려 3백60%가 늘어났다. 대구∼춘천간 중앙고속도로 개통으로 경북 북부지역과 수도권간 접근성이 1시간 이상 단축되면서 군위 효령 농공단지의 가동률이 1백%에 이르는 등 지방공단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북방교역이 활성화되면서 한가했던 강원도의 항구들도 붐비고 있다. 러시아 수산물을 실은 선박들이 동해항을 수시로 들락거리고 있다. ◆ 관광지도도 바뀐다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이후 태안의 안면도와 서산 홍성 당진 왜목마을 등지가 수도권 1일 관광코스로 뜨고 있다. 요즘 목포를 찾는 외지 차량은 하루 평균 1만대로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전에 비해 갑절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지역 부동산 업소들은 "고속도로 개통 이전부터 서울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급증하면서 톨게이트 주변 상가 자리 등의 값이 보통 2배 이상 뛰었다"면서 "전망 좋은 해변가, 강가의 카페 부지 등을 찾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고 전한다. 대구∼춘천간 중앙고속도로 개통 이후 경북 풍기 인삼시장 매출이 50%나 신장되고 소수서원 등 문화유적지에도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구간 개통으로 강릉이나 주문진에는 경북 등지에서 오는 관광객이 최고 50%까지 늘어났다. 대전∼진주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충남과 서부 경남지역 관광도 활성화되고 있다. 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