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을 핵(키-스토어)으로 오락실 식당가 쇼핑몰 등을 한개의 빌딩안에 집적시킨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서울을 벗어나 지방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지방 극장가에 비상이 걸렸다. 대응전략도 '멀티플렉스로의 대변신형' '패스트 푸드 등과의 전략제휴형'에서부터 '내부 리모델링형' 등 다양하다. CGV같은 서울 거대극장체인의 대공세에 질린 나머지 아예 사업을 포기해 버리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 대형업체의 급속한 지방잠식 =부산의 경우 지난 2000년 5월 제일제당의 CGV가 서면에 첫 선을 뵌 이후 멀티플렉스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6월 11개 스크린을 갖춘 롯데시네마 부산점과 1천5백석에 7개 스크린을 갖춘 메가박스의 밀레오레 서면점이 잇달아 들어섰다. 극장상권이 서면으로 기울면서 부산 변두리 극장들은 고사위기에 놓였다. 대구에도 지난 4월 10개 스크린에 2천5백석 규모의 메가박스가 문을 열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패션몰과 휴식공간들이 함께 들어서 주말이면 5천∼6천명이 모이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경쟁력을 상실한 군소 극장들중 작년 한햇동안에만 5곳이 문을 닫았다. 상반기 개관 예정인 롯데 대구민자역사(10개 스크린)와 옛 만경관 자리에 들어설 MMC(15개 스크린)가 오픈하면 지방 상영관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게 뻔하다. 인천지역도 99년 CGV(14개 스크린)가 들어선 이후 지역 극장가들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다 부평에 키넥스(5개 스크린)가 지난해 진을 쳤다. 이밖에 연수구에 9개 상영관을 갖춘 멀티플렉스와 구월동 롯데백화점까지 완공되면 지역 영화관은 초토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의 경우도 세이백화점 별관의 CGV와 롯데백화점의 멀티플렉스들이 들어선 이후 둔산시네마 선사시네마 등 소규모 극장들만 명맥을 잇고 있을 뿐이다. 광주도 롯데시네마의 6개관이 들어서면서 지역 3대 극장중 하나였던 태평, 현대극장이 지난해말 매각됐다. 바다건너 제주도도 예외는 아니다. 좋은친구들이 지난 4일 제주시 노형동에 1천2백50석의 뉴월드시네마를 개관해 기존 극장들을 위협하고 있다. ◆ 지방극장의 대응 =지방극장중 부산극장은 일찌감치 변신한 케이스. 지난 93년 지방극장으론 전국에서 처음으로 멀티플렉스로 리모델링했다. 대구지역도 한일 중앙 아카데미 씨네아시아 등이 2∼7개 관 규모로 변신했다. 이 과정에서 패스트푸드점들과 전략제휴를 모색,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데 성공했다. 대전은 기존 극장업자들이 둔산동에 10개관의 스타게이트 씨네몰을 세웠고 광주도 무등극장과 제일극장 엔터시네마 등 중심가 극장들이 4∼6개관 규모의 멀티플렉스로 전환했다. 제주지역도 코리아극장과 탑동시네마 신제주극장 등이 대규모 증축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인천은 서울과 너무 가까운 탓에 대응책을 세우지 못하고 '망연자실'하고 있다. 박상길 인천극장협회 전무는 "인천 토박이 극장들은 우선 자본력에서 서울업체들의 상대가 안된다"며 "이대로 가면 인천 지역극장은 전멸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