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흔들리고 있다. 노풍(盧風)에 힘입어 한때 한나라당을 압도했던 지지도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당내에 지방선거 패배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대표와 일부 최고위원 사이의 갈등이 위험수위에 이르러 당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당과 노무현 후보 간의 불화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도부 갈등=한화갑 대표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문제로 불거진 불협화음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20일 아침 최고위원회의 벽두에 벌어진 모습은 지도부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화갑 대표가 "더운데 저고리를 벗고 합시다"라며 양복 상의를 벗었으나 이에 화답하는 최고위원은 아무도 없었다. 이낙연 기조위원장과 정범구 대변인 등 당직자들만 눈치를 보며 저고리를 벗는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4월말 전당대회 이후 한 대표와 일부 최고위원은 사사건건 충돌했다. 먼저 최고위원 지명을 놓고 한 대표와 정균환 김태랑 최고위원 등이 부딪쳤다. 최고위원 경선결과에 불만을 품고 한동안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던 박상천 최고위원은 회의에 참석한 첫날부터 한 대표를 직접 겨냥,'돈 경선'을 성토하는 등 각을 세웠고 급기야 멱살잡이 일보 직전까지 가는 사태로 이어졌다. 지난 17일 회의에서는 한 대표와 정균환 최고위원이 원내대책회의 문제를 놓고 얼굴을 붉혔다. 여기에 노 후보와 한 대표의 불화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노 후보측 일부 관계자는 "당의 후보 지원에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가 20일 노 후보의 8층 사무실을 방문, "후보 지원을 소홀히 한 게 아니다. 언제든지 지원을 요청하면 돕겠다"고 각별한 관심을 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위기감 확산=비리게이트로 노 후보와 당의 지지도가 추락하면서 당내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3+1'(호남 3곳과 수도권 1곳에서만 승리)에 그치는 것 아니냐"며 무기력한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한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지더라도 노 후보의 신임을 묻지않을 것"이라며 예상되는 후보교체론을 사전 차단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도 상황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