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을 10일 앞두고 '파업경보'가 발령됐다. 민주노총이 예정대로 22일 연대파업을 강행키로 함에 따라 모처럼 살아나고 있는 경제와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인 월드컵 개막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시민을 비롯해 사회.경제단체 등은 월드컵을 볼모로 삼는 노동계의 이기주의적인 행태를 비난하고 즉각 파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도 월드컵의 중요성을 감안, 노동계의 무파업 선언을 유도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담화를 발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민주노총은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임단협이 결렬된 사업장을 중심으로 22일부터 2백70여개 사업장 7만여명의 노조원이 순차적으로 파업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금속노조와 민주화학연맹 산하 두산중공업 등 1백여개 사업장이 22일 파업에 돌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23일에는 한양대의료원 경희대의료원 등 1백여개 사업장이, 24일에는 민주택시연맹 소속 1백여개 사업장이 파업에 가세한다. 백순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노동계의 평균적인 임단협 쟁의 시기와 월드컵 개최가 공교롭게 일치했을 뿐"이라며 "월드컵 이전에 임단협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도 주5일 근무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이달 말까지 교섭에 진전이 없을 경우 31일 총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노동계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반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파업 결의를 선언한 20일 하루에만 민주노총 홈페이지에는 70여건이 넘는 비난성 글이 게재됐다. 나그네라는 ID를 사용한 한 네티즌은 "당신들이 그렇게 비난하는 정치인들과 다를 게 뭐냐"며 "월드컵을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하지 못할망정 협박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원덕 한국노동연구원장은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을 이용해 노조의 교섭력을 높이려는 데는 분명 문제가 있다"며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노동운동보다는 스스로 자제할 수 있는 큰 노동운동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재향군인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월드컵 총파업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경총 관계자는 "월드컵이라는 국가적 행사는 우리 경제를 다시 한번 도약케 하는 또다른 시발점"이라며 "총파업 등으로 월드컵이 차질을 빚는다면 노동계는 역사의 죄인으로 남게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