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광고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올 들어 광고 시장의 핵(核)으로 부상한 카드사는 물론 증권사 은행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등이 경쟁적으로 광고를 집행하면서 시장 규모가 급팽창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의 등장으로 대형화 겸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물량 증가에 한 몫하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1백대 광고주 가운데 23개 금융사들이 집행한 금액은 모두 2백80억원으로 전체의 18.3%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4월(1백62억원)보다 1백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금액과 점유율에서 사상 최고 수준이다. 광고업계는 "금융사들이 이동통신사들과 함께 방송 신문 잡지 등 주요 매체 광고시장을 이끄는 양대축으로 확실히 자리잡았다"며 "이같은 추세라면 수년간 최대 광고주로 군림해온 이동통신사들을 물량면에서 추월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생명보험사들도 광고 경쟁=금융권 광고 증가엔 그동안 공중파 광고를 거의 내보내지 않았던 생보사들이 가세한 것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삼성생명 알리안츠생명이 지난 4월부터 광고를 집행하고 있고 교보생명은 CI(기업이미지)변경과 함께 지난해말부터 광고를 강화했다. 동양생명도 최근 탤런트 김현주를 모델로 새 광고를 집행하기 시작했다. 생보사들이 광고전에 적극적인 것은 2003년 도입되는 "방카슈랑스"(은행+보험)에 따른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광고계에선 지난해 4백50억원대였던 생보사 광고시장이 올해는 5백5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금융지주회사 "네트워크" 강조=은행은 물론 증권 투신 카드 할부금융 보험 등 계열사를 거느린 금융지주회사들은 "네트워크"를 표방하며 광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신한금융지주회사는 수많은 선물이 떨어지는 컨셉트의 광고를 내보내며 네트워크 이미지 심기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도 "평생금융 네트워크"란 슬로건으로 집과 결혼식을 배경으로 한 2편의 광고를 멀티스팟으로 집행하고 있다. 이밖에 하나은행과 기업은행도 광고를 통해 각각 "마이 머니 네트워크"와 "파이낸셜 네트워크"를 알리고 있다. 카드.증권사 빅 모델로 승부=서비스보다는 이미지 차별화에 치중하고 있는 카드사와 증권사들은 정우성 배용준 장동건 고소영 장진영 등 남녀 톱모델을 동원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은 올들어 증시가 활황을 보이자 장동건(LG증권),배용준(한국투자신탁증권),유오성(동원증권)등을 집중 투입,젊은층과 아줌마 고객들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반면 삼성증권과 대우증권은 톱모델보다는 "자산관리서비스"를 내세운 광고로 전문층을 파고 들고 있다. 1백대 광고주 상위권에 대거 포진한 카드사들의 경우 남녀 모델을 함께 기용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광고업계 사활건 전쟁=이처럼 금융업계 광고 물량이 폭주하면서 광고대행사들은 광고주 포트폴리오에 금융사들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규 광고대행사 선정을 위한 PT(프리젠테이션)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는 한편 이미 확보해둔 광고주 수성(守城)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광고대행사 코마코의 유재하 상무는 "앞으로는 이동통신과 함께 금융권 광고주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가 바뀔 것"이라며 "카드사와 증권사는 물론 대형화되고 있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광고 증가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