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신제품 개발은 물론 광고 모델 선발에도 참여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개발이 완료된 제품이 주부평가단으로부터 냉혹한 평가를 받아 출시도 되지 않고 폐기되는가 하면 '넷슈머(Netsumer·인터넷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인터넷 투표를 통해 광고모델을 뽑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건강미용제품과 주방용품을 만드는 지인텍의 경우 20여명으로 구성된 '여성소비자평가단'이 사실상 신제품 출시를 결정한다. 20∼40대 여성이 주축인 평가단은 올해 '전동식칼''스팀청소기''피부 리프팅기' 등 1차 개발이 끝난 3개 제품에 대해 "출시해도 팔리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내렸고 회사는 이를 받아들여 개발을 중단했다. 평가단은 "언 고기를 써는 데 편리할 것 같지만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칼날을 보면 주부들은 절대로 쓰지 않을 것"(전동식칼)이라거나 "스팀을 뿌려 닦으면 걸레보다 깨끗이 닦이겠지만 물기가 남아 마른걸레질을 또 해야 되기 때문에 손걸레로 하는 게 더 낫다"(스팀청소기)고 혹평했다. 소비자평가단의 위력은 최근 TV홈쇼핑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다리 피로회복 및 각선미 보정 운동기구인 '세븐라이너 슬림'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됐다가 시장에서 냉대를 받았던 이 제품은 기능 무게 가격 등에 대한 평가단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 이달에만 CJ39쇼핑을 통해 3만여대,80억원어치나 팔려나갔다. 광고 모델 선발에도 '넷슈머'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사장이나 임원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던 과거와 달리 모델 선발권이 소비자로 넘어가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동양매직의 식기세척기 TV광고 새 모델인 탤런트 윤해영은 1천명으로 이뤄진 주부모니터 '매직패밀리' 회원들이 직접 선발한 케이스. 윤해영은 지난달 실시된 인터넷 투표에서 참가자 7백47명 중 52%의 지지를 얻어 함께 후보로 올랐던 김혜선 박상아 설수진 등을 큰 표 차로 눌렀다. 이들 가운데 탤런트 김혜선은 이 회사 윤홍구 사장이 추천한 후보였지만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 윤해영이 최종 낙점을 받았다. 한국네슬레는 커피 브랜드 '테이스터스 초이스' 광고모델을 소비자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이영애에서 김남주로 교체했다. 김남주는 이 회사 홈페이지에서 실시된 조사에서 '커피 광고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여배우' 1위에 올랐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