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는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을 고쳐 빠르면 다음달부터 신도시 등 택지개발지구의 상업·업무용지 용도변경을 택지조성 완료 후 10년 동안 금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특혜의혹이 불거진 분당 백궁·정자지구 용도변경과 같은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토지 용도변경이 대표적인 부동산투기 수법인데다,과거 수서 사건이나 부산 다대·만덕지구 사건에서 보듯이 엄청난 시세차익을 노리고 정치권과 관계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에서 단골로 이용됐기 때문에 이를 막겠다는 입법취지는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택지개발이 끝난 뒤 10년 동안 용도변경을 못하게 시행령을 바꾼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현재도 관련법규는 지구단위계획에서 지정한 토지용도를 바꿀 경우 지역주민의 여론을 듣고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분당 백궁·정자지구 사례에서 보듯이 시세차익을 노린 조직적인 압력이 대단히 커서 이들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또한 토지용도가 주변여건에 걸맞지 않아 상당기간 팔리지 않을 경우 도시기반시설을 갖추는데 들어간 막대한 개발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지자체가 용도변경을 추진하는 것을 무작정 막을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당장 시행령 개정을 앞둔 지금도 잘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용도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개발토지가 5∼6곳이나 된다. 그리고 수도권내 대단위 택지의 경우 급속한 인구유입으로 인해 주변환경 변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만큼 10년 동안 용도변경을 못하게 하는 건 비현실적이며 자칫 규정 자체가 사문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실 10년 동안 용도변경을 못하게 하는 이번 입법예고는 특혜의혹에 휘말린 관계당국의 책임회피에 불과하다는 인상이 짙다. 용도변경 남용을 막을 목적이라면 이를 금지하기 보다는 차라리 용도변경에 따른 막대한 시세차익을 적절히 환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본다. 그중에서도 특히 해당 토지의 개발을 공공기관이 주도할 경우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투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만큼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또다른 방안으로 개발이익에 대한 세금부과가 있지만 시세차익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어려운데다 과거에 토지초과이득세 부과가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점을 감안할 때 이렇다 할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