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八公山)은 대구와 군위 영천 칠곡 경산 사이에 있는 산이다. 옛 이름은 공산(公山) 부악(父岳)이었으나 신라말 서라벌 공략에 나선 견훤과 싸우던 고려 태조 왕건이 이곳에서 신숭겸 김락등 장수 8명을 잃은 뒤 팔공산으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팔공산이 유명한 건 남쪽의 관봉 정상에 있는 '관봉석조여래좌상(冠峰石造如來坐像ㆍ보물 제431호)' 때문이다. 일명 갓바위로 불리는 이 석불은 통일신라 중기에 조성됐다는 원각상(전후좌우 어디서나 볼 수 있게 조각한 것)이다. 얼굴은 둥글지만 굳게 다문 입과 올라간 눈꼬리, 넓은 어깨는 근엄하고 당당해 보인다. 왼손에 작은 약호(藥壺)를 든 약사여래불로 머리에 갓 모양의 돌이 올려져 있는 것과 어깨에 닿는 큰 귀가 특징이다. 무엇보다 '정성껏 빌면 한가지 소원은 들어준다'고 알려져 기도 인파가 줄을 잇는다. 입시철만 되면 자녀의 합격을 위해 하염없이 절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보도되거니와 보통 때도 전국에서 사람이 몰려든다. 바로 이 갓바위를 형상화한 대구 동구청의 캐릭터 '갓방구'가 빵제품 상표로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갓방구(방구는 바위의 사투리)는 큰 귀에 갓을 쓴 귀여운 동자승 형태로 그동안 갓바위 일대 안내판과 동구 특산물에 사용돼 왔는데 이번에 지역식품회사의 로고로도 쓰이게 됐다는 것이다. 캐릭터는 의류 문구 관광상품 등 용도가 무궁무진한 문화상품이다. 일단 뜨면 경제성도 엄청나다. 지자체마다 앞다퉈 캐릭터를 개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북에서만 해도 성주군은 참외에서 따온 '참돌이',울릉도는 오징어를 닮은 '찡돌이', 영덕군은 대게 모양의 '토리'를 내놨다. '갓방구'도 그중 하나인 셈이다. 그러나 캐릭터는 만드는 것보다 잘 알리는 게 중요하다. 일본의 키티나 짱구는 오랫동안 인지도를 높인 결과 전세계인에게 친숙해진 것이다. 갓방구는 충분한 상징성을 지니는 만큼 꾸준히 생명력을 불어넣고 다각적으로 홍보하면 승부를 걸어볼 만해 보인다. 갓방구가 갓바위의 영험을 나타낼지 지켜볼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