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21일 KT 교환사채(EB) 청약에까지 참여,11.34%의 지분을 확보한데 대해 정보통신부는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KT와 재계도 "32조원의 자산을 가진 KT 경영권을 사실상 장악하려는 시도"라며 성토하는 분위기다. ◆사실상 KT 인수한 SK텔레콤=SK텔레콤은 이번 정부의 KT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 지분 28.37% 중 11.34%를 확보함으로써 KT의 최대주주가 됐다. SK측은 21일 EB를 인수하면서 증시에 물량이 출회되면 KT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청약했다며 향후 적절한 시기에 매각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경영권 장악에 대한 비판여론을 피해 나가는 한편 향후 EB 매각을 통해 우호세력 형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고 있다. KT 관계자는 "1조9천4백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건 경영권을 염두에 두지 않고선 설명하기 어렵다"며 "SK가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한다는 정부 방침은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항 아니냐"고 말했다. L사 관계자는 "대한석유공사 한국이동통신 등 과거 공기업도 비슷한 과정을 밟아 인수했다"며 "이번 KT 지분 매입도 장기적으로 경영권 확보를 겨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황하는 정부와 재계=정통부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 관계자는 "여론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런 행동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며 "불과 이틀 전에 9%대의 주식만 매입하겠다는 SK텔레콤의 공언이 또 다시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정통부는 SK텔레콤이 KT 경영권 행사를 못하도록 SK텔레콤의 KT 보유지분 의결권을 제한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SK텔레콤이 KT 경영권을 행사하려 들 것이라는 게 정통부 내의 견해다. 재계에서도 비판 여론이 강하다. S사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지난 18일 깜짝쇼로 경쟁업체가 KT 지분을 사지 못하게 만들었다"며 "SK가 거짓말을 반복,승리를 쟁취했는지 모르지만 이미지는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고 쓴소리를 했다. 통신업체인 H사는 "이동통신 분야 공룡인 SK가 KT마저 인수한다면 국내 통신시장을 싹쓸이 하는 셈"이라며 독점의 폐해를 우려했다. ◆부상하는 정부 책임론=정통부는 당초 3∼5%의 지분을 가진 몇 개 대기업을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시키는 형태의 민영화를 구상했었다. 그렇지만 SK텔레콤이 전격적으로 5%의 지분을 청약함으로써 삼성은 한 주도 사지 못했고 LG전자와 대림산업 등도 사외이사 파견조건인 3% 이상의 KT 지분 확보에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통부가 그동안 KT 주식 매각에만 매달린 나머지 SK의 대량주식 매입 등의 변수에 대해서는 준비를 소홀히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현철·김남국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