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4:29
수정2006.04.02 14:31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뿐만 아니라 경쟁업체였던 한국전자복권측의 로비 의혹도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타이거풀스 대표 송재빈씨가 "경쟁업체에 비해 기술력 자금력 등이 우월함에도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선정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되게 하기 위해 대통령 3남 김홍걸씨에게 접근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은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타이거풀스가 전자복권측과 치열한 로비 경쟁을 벌이게 된 시기는 2000년 중반 무렵.그 전까지만 해도 체육복표 사업자는 복표사업 개념을 국내에 첫 도입한 타이거풀스로 낙찰될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나 2000년 8월께부터 '한국전자복권이 여권 실세들을 등에 업었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전자복권이 유력 업체로 급부상함과 동시에 업계의 합종연횡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자 타이거풀스측의 위기감은 고조됐다.
실제로 전자복권측은 국민체육진흥공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SBS스포츠TV 체육복권판매를 비롯 포스데이타 국민은행 쌍용정보통신 등을 컨소시엄에 참여시키면서 그간 독주가 예상됐던 타이거풀스를 긴장시켰다.
여기에 전자복권 전 사장 김현성씨가 연청 출신으로 이수동 아.태재단 전 상임이사와 K씨 등 여권 실력자들과 두터운 교분을 갖고 있다는 소문까지 가세해 타이거풀스의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타이거풀스 송 대표가 최근 검찰에서 "전자복권이 여권 실세를 등에 업고 체육복표 사업자를 따내기 위해 광범위한 로비를 벌인다는 소문이 파다해 위기감을 느끼고 홍걸씨에게 접근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은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이런 맥락에서 타이거풀스측이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희완씨 등을 통해 홍걸씨를 등에 업고 포스코 유상부 회장을 만난 뒤 전자복권측 컨소시엄에 속해 있던 포스데이타가 돌연 탈퇴한 사실은 타이거풀스측이 전자복권측의 전방위 로비에 대응해 본격적으로 맞불을 놓기 시작한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공교롭게도 전자복권은 포스데이타의 컨소시엄 탈퇴를 계기로 힘이 빠지면서 결국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고배를 마시게 됐지만 극적 반전을 위한 막바지 몸부림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전자복권측이 2001년 1월 타이거풀스의 문제점을 담은 투서를 이수동씨를 통해 청와대에 전달해 타이거풀스가 '전자복권의 문제점'이란 문건으로 반격하는 등 타이거풀스가 우선 협상자에서 최종 수탁자로 선정되는 2000년 12월에서 2001년 2월까지 양측의 로비전은 극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