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신중해야 할 환율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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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환율이 곤두박질치던 지난 20일 오후 3시55분.김용덕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차관보)은 아침부터 수차례 관련 회의를 가진 끝에 전화수화기를 들었다.
경제전문 통신사인 '인포맥스'와 '로이터'에 정부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이들 두 통신사는 정부가 구두(口頭)로 외환시장에 개입할 때 이용하는 단골 채널.
"정부는 급격한 원화 절상(환율 하락)을 우려하고 있으며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생각"이라는 게 이날 통화의 요지였다.
이 멘트는 곧장 통신사 단말기를 통해 시장에 전해졌다.
시장은 곧장 반응했다.
오후 1시50분께 1천2백51원50전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정부 개입의사를 읽고 20분만에 1천2백54원10전까지 올랐다.
이를 지켜본 다른 고위 관계자는 "김 차관보가 장관들이 낸 불을 끄느라 종일 수고했다"고 상황을 정리했다.
'장관들이 낸 불'이란 무슨 말일까.
사정은 이렇다.
지난 15일(미 현지시간) 뉴욕에 간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하반기 환율이 1천2백50원 정도가 될 것이라는게 연구기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라며 ?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그 수준에서도 여전히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까지 하루평균 0.1∼0.3%대의 완만한 낙폭을 유지했던 환율은 이날 0.6%(7원70전)나 떨어졌다.
전윤철 부총리는 이같은 상황 설명을 듣고 당혹스러워 했다고 한다.
그는 다음날 나름의 ?진화성?발언을 했다.
"환율이란 원래 경제의 실상을 반영한 것이다." 환율에 대한 언급은 원론수준에 그쳐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이 역시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오면서 환율은 다시 0.6% 빠졌다.
전 부총리는 지난 20일 다시 "환율 하락 속도에 우려하고 있다"고 정정 멘트를 내보냈다.
그러나 달러 매도세는 이어졌고 결국 김 차관보가 소방수로 나서고서야 사태가 진정됐다.
이날 정부는 상당액의 실탄을 썼다(달러 매입)는 후문이다.
요즘 급격한 환율 변동 탓에 수출기업들의 속은 썩기도 하고 타기도 한다고 한다.
장관들이 특히 대외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할 때다.
박수진 경제부 정책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