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버티던 시장이 장막판 프로그램매물에 무너졌다. 21일 거래소시장에서 1천97억원의 프로그램매물이 쏟아지며 지수가 28포인트이상 급락하며 20일 이동평균선(854)이 재차 붕괴됐다. 매수차익거래잔고물량도 9백95억원 가량 흘러나왔다. 장막판에 주가가 급락한것은 외국인매도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투자자들이 현.선물에서 모두 매도 포지션을 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급반등을 단순한 기술적 반등으로 보고 미리 싸게 산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고 추가상승을 노리고 뒤늦게 들어온 투자자들이 서둘러 매물을 정리했다는 얘기다. 현물을 팔면서도 오전까지 2천계약 넘게 선물을 순매수하던 외국인이 20일선이 붕괴된 이후 순매수규모를 8백계약대로 줄인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매매패턴으로 풀이된다. 황정현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이번 조정에서도 현·선물시장의 20일선은 지켜질 것이라는 심리적인 합의가 무너진 게 투매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까지 20일선에서 강한 지지를 받으며 버티던 현·선물 양시장이 오후들어 급격히 무너진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오후 2시를 넘어서면서 선물약세-현·선물간 베이시스 축소-프로그램매도물량 급증-지수급락이 나타났다. 황 선임연구원은 "특히 강력한 지지선이었던 지난 15일 갭상승(전날 종가보다 높게 시초가 결정)한 자리인 선물가격 107.50이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이 장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틀 연속 2천5백억원이 프로그램매물로 흘러나왔지만 매수차익거래 잔고는 여전히 1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선물가격이 KOSPI200지수보다 낮은 백워데이션으로 마감돼 매수차익거래 잔고물량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 균 동양증권 선물영업팀 과장은 "동조화가 심화되고 있는 미국시장이 단기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다 국내시장도 뚜렷한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백워데이션이 나타나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황 선임연구원은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선물이 강세를 보이면서 이례적으로 최근 한달동안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1조원을 유지해왔다"며 "하지만 이틀 연속 백워데이션으로 마감한 상태에서 1조원이 넘는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시장을 무겁게 짓누르는 형국"이라고 강조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