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개입 의지가 강화되면서 달러/원 환율이 15개월 최저치 행진을 멈추고 닷새만에 반등했다. 달러/엔 환율도 일본 당국의 개입 경계감 속에서 연중 최저치에서 소폭 반등한 것도 영향을 줬다. 그러나 반등시 대기매물에 막혀 반등은 탄력을 얻지 못했으며 시중 물량부담에 대한 인식도 여전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추세 전환보다는 급락에 대한 일시적인 조정 정도로 장세를 해석하고 있는 가운데 수급이나 달러 약세가 여전히 부담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00원 오른 1,254.60원에 마감했다. 개장초부터 달러/엔 반등에 따른 역외매수, 결제수요 등이 포진, 환율은 1,260원에 근접한 반등세를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정책성 개입으로 추정되는 국책은행의 매수세가 아래쪽을 받쳤으며 시중 물량을 흡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하락 제한'에 그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반등을 내심 바랐던 시장 심리를 반영, 1,250원대 후반에서는 업체 네고물량을 비롯해 역외쪽도 매도로 돌아서 반락을 유도했다. 위아래 손바꿈이 활발하게 일어나 왕복달리기 장세가 펼쳐지면서 시장은 장중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 하향 시도 가능성 내포 =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시중 포지션이 부족하다는 인식으로 역외매수와 달러되사기가 이어졌으나 1,259원선에서 대기매물에 부닥치면서 달러되팔기(롱스탑)가 이뤄졌다"며 "물량부담을 안고 있었으며 정부도 '속도조절용' 외에는 1,260원대로 올리려는 의지가 아닌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엔과 개입 가능성이 반등 찬스를 제공할 수 있으나 당국은 1,250∼1,260원 범위에서 시장 안정을 바라는 것 같다"며 "밑으로 더 열린 흐름이나 어중간한 것도 사실"이라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네고물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것 같으며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한 일부가 다소 무리를 해서 1,259원선으로 올렸다"며 "그러나 반등 기회를 확실하게 활용하지 못한 채 업체 네고를 맞고 손절매도가 일어나 물량을 미처 다 털어버리지 못해 속도조절에 다소 실패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올라가면서 물량이 과하다는 인식이 있어 1,260원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내려서 생각하는 편이 더 좋은 것 같고 내일은 1,250원 하향 시도가 예상돼 1,248∼1,255원을 레인지로 잡고 있다"고 내다봤다. 외국계 은행의 다른 딜러는 "일단 1,250원에서 정부의 의지가 확인돼 1,250원을 뚫고 가기에는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달러/엔이 다시 하락세로 접어든다면 시장분위기가 다시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 달러/엔 반등 = 전날 뉴욕에서 125.37엔을 기록했던 달러/엔 환율은 이날 모처럼 반등, 126엔 상향돌파를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잇단 엔 강세 저지 발언에 영향을 받은 달러/엔은 한때 126.07엔까지 올랐으나 모멘텀 약화와 차익매물 등으로 125엔대로 반락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468억원의 매도우위인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66억원의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이틀만에 순매도로 돌아섰으나 규모가 적어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0.40원 높은 1,254원에 출발한 환율은 달러/엔의 반등세를 타고 9시 49분경 1,256.90원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업체 매물에 밀린 환율은 11시 12분경 1,254.20원까지 반락한 뒤 장 막판 달러되사기(숏커버)가 강화, 11시 58분경 1,258.20원까지 올라선 끝에 1,257.7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30원 높은 1,258.0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역외매수 등으로 1시 59분경 이날 고점인 1,259.90원까지 상승했다. 이후 대기 매물벽에 막힌 환율은 차츰 반락, 4시 4분경 이날 저점과 동일한 1,254.00원까지 떨어진 뒤 추가 하락은 제한됐으며 1,254원선을 주로 거닐었다. 이날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259.90원이며 저점은 개장가인 1,254.00원을 기록, 하루변동폭이 5.90원에 달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4억5,16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1억6,98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1억달러, 3억610만달러가 거래됐다. 22일 기준환율은 1,256.4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