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GDP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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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5월 들어 전형적인 박스권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루 이틀 변동폭이 급격히 주는가 하면 기술적 반등 또는 반락이 예상되는 국면에서 변동성이 커지면서 상승폭과 하락폭이 확대되고 있다.
현물이 정체되자 선물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프로그램 매매와 연결, 수급과 함께 시장 변동폭의 밴드를 조율하고 있다.
그렇다고 추세적으로 상승하거나 하락하지도 않는 모습이어서 크든 작든 박스권에 갇힌 꼴이다. 물론 투자심리는 박스권 안이지만 얼었다 풀렸다 하루하루 변죽이 죽끓듯한다.
무엇보다 저점을 800선으로 낮춘 뒤 박스권 저점을 830선으로 높였다는 평가지만 고점 역시 일차 870선이 60일 이동평균선을 들어매고 있고 그 위에 900선이 매물을 동반하며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이같은 박스권 장세의 중장기적 구조는 다소 단순하게 말하면 지난해 9.11 테러 이후 일차 랠리를 편 상황에서 △ 하단은 국내 경제펀더멘털의 견조함이 자리잡고 △ 상단은 미국의 경기 회복 속도로 틀지워져 있다.
국내 경제가 지난해 침체를 딛고 내수 위주의 견조한 상승세를 보여 일단 펀더멘털에 대한 긍정론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출과 설비투자 역시 개선되는 모양새가 확인되고 있어 800선대의 바닥론 올리기 작업이 강화될 전망이다.
LG투자증권의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았고 내용도 견실해 안정적인 성장세가 진행되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며 "특히 미국과는 달리 국내 경제가 펀더멘털상 양호해 주식시장에도 차별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팀장은 "종합지수로 보면 일단 870선을 상향 테스트하면서 900선을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수출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2/4분기 이래 기업실적이나 성장면에서 자신감을 가질 만한 시그널이 나올 때까지는 질적인 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1/4분기 놀라운 성장, 설비투자·수출 기여도 높아져 =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1/4분기 경제성장률(GDP 기준)은 전년동월비 5.7% 증가, 당초 예상치 4.7%보다 무려 1.0%포인트나 높게 나왔다. 예측의 한계를 수용하더라도 놀랄 만한 수준이다.
분기별로는 보면 전년동월비로는 지난해 3/4분기 1.9%에서 지난해 4/4분기 3.7%에 이어 2분기째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전분기대비로도 1/4분기 1.8% 성장, 지난해 2/4분기 0.3% 성장 이래 3분기째 신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1/4분기 성장률이 높은 것에 대해 건설투자와 민간소비 등 내수의 기여도가 무엇보다 컸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수출과 설비투자 역시 당초의 걱정과는 달리 증가세로 반전하며 성장 기여도를 높였다.
실제로 설비투자를 나타내는 총고정자본형성은 1/4분기 전년동월비 3.2% 증가, 전분기 마이너스 3.1%에서 플러스로 전환했다. 재화수출은 지난 4/4분기 마이너스 1.1%에서 플러스 2.6%로 돌아섰다.
더욱이 전분기대비로 보면 설비투자는 지난해 3/4분기 4.7% 감소에서 지난 1/4분기 5.7%로 급등한 이래 1/4분기에는 7.2%나 확대됐다. 수출도 3분기 연속 증가하면서 1/4분기에는 5.2% 증가, 설비투자와 수출도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 2/4분기 이래 성장세 지속 전망 = 이에 따라 국내 경제에 대한 2/4분기 이후 우려감은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도 2/4분기 성장도 1/4분기에 못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성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박승 총재도 성장률 발표 이후 외신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가 속도와 내용면에서 성장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며 "2/4분기 이후 생산과 수출이 살아나고 하반기에는 설비투자 회복이 뒤따르면서 성장세가 견실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승 총재는 "미국 경제는 경상적자, 재정적자, 실업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으나 올해 3% 내외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리경제의 기초여건이 미국보다 월등해 미국 경제의 어려움이 우리 경제의 성장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하기도 했다.
미국 경제는 2/4분기 회복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걱정에 처해 있고 기업실적 부진에 주가 고평가, 회계불투명, 테러 위협 등으로 주가와 달러화도 취약한 상황이나 국내 경제는 선제적으로 콜금리를 올릴 만큼 탄탄하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3/4분기 마이너스 1.3%의 경제침체를 겪은 이래 지난해 4/4분기 1.7%, 그리고 지난 1/4분기에는 재고투자 급증이 크게 기여하면서 전분기비 5.8%나 급성장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 경제는 1/4분기 5.7% 성장한 뒤 2/4분기에도 견실한 내수가 지속되고 증가세로 전환한 수출과 설비투자를 바탕으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수쪽에서는 이미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대통령 후보를 경선을 통해 선출했고 6월 월드컵과 지방선거, 9월 아시안 게임, 12월 대통령 선거 등 '분羞?이벤트'가 치러지면서 소비증가에 일조, 견조함을 넘는 '과열 징후'에 신경을 써야 할 판이다.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인 임지원 이사는 "1/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 곧 연간 성장률을 상향 조정할 것"이라며 "2/4분기도 1/4분기와 엇비슷한게 나올 것으로 보여 연간 7%대 성장률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 이사는 "특히 당초 우려와는 달리 수출과 설비투자가 전분기비 연속 증가하면서 증가폭이 큰 것이 놀랍다"며 "환율 급락이나 미국의 경기부진이 리스크가 될 수 있으나 내수가 견조해 국내 성장률은 예상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