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경기회복으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확산되고 디지털 방송개시, 월드컵 특수 등이 맞물리면서 고급 영상가전과 DVD플레이어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양문형냉장고 김치냉장고 에어컨 등이 생활필수품으로 일반화되면서 포화상태였던 백색가전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가전시장 규모는 지난해 6조5천억원에서 5.5% 증가한 6조9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00년에 5조원 규모였던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성장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고가시장에 몰리는 소비자 =TV의 경우 32인치 이상 대형제품이 주류 제품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삼성전자는 최근 디지털TV의 꽃으로 불리는 PDP(벽걸이)TV의 월간 생산능력을 기존 5천대에서 1만2천대 수준으로 늘린데 이어 연말까지 2만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프로젝션TV도 특소세 인하 전인 지난해 11월에는 월 6천여대(국내시장 전체) 판매되던 것이 지난 1월에는 1만여대 정도 판매된 것으로 조사됐다. LG전자도 올들어 지난 15일까지 PDP TV 누적판매량이 6천4백대에 이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 한해 판매량은 1만5천대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LG전자는 내다봤다. 양문형냉장고도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 제품을 교체하려는 소비자층이나 신혼부부 양측 모두에서 일반냉장고보다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40만대였던 시장이 올해는 55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올 1월에만 전년 동월보다 1만대 이상 판매가 늘어난 3만2천대 규모의 시장이 형성됐다. 세탁기에 있어서도 파워드럼이나 드럼세탁기의 판매 비중이 늘고 있다. 일반세탁기에 비해 1.5배 정도 고가인 파워드럼의 경우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내외이나 올들어 큰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인용 가전시장도 급팽창 =가전제품이 가족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옮아가면서 새로운 시장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른바 개전화(個電化) 시대를 맞아 학습용 및 게임용 등으로 각 방마다 14인치에서 21인치의 소형TV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올들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초슬림 에어컨도 '1가정 2에어컨'에 마케팅 초점을 두고 있다. 젊은층의 분가(分家)가 확산되고 오피스텔 거주인구가 급증하면서 '솔로(Solo)'만을 위한 가전제품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토스트겸용 전자레인지, 2~3인용 전기밥솥, 4~5잔 분량의 커피메이커 등은 이미 독신자들의 필수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팀기능이 있어 분무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스팀 다리미, 충전식 핸디청소기, 미니 미싱도 '나홀로 족(族)'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주류를 위협하는 기능성 가전제품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기능을 가진 가전제품들도 틈새시장을 창출하며 가전시장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특히 냉장고의 경우 피부특성과 제품기능에 따른 온도를 설정하는 화장품 냉장고, 냉기를 불어넣는 간냉방식이 아닌 열을 흡수하는 직냉방식을 적용한 반찬냉장고, 콤프레서를 없애 내부온도편차를 섭씨 1도 미만으로 줄인 와인냉장고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세탁기도 세분화되고 있다. 3kg의 소용량으로 삶아 빠는 기능을 내세운 삶는 세탁기, 세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아기옷 등의 세탁용으로 환경까지 고려한 녹색가전인 무세제 세탁기, 세탁 및 건조까지 일체화한 드럼세탁기 등 기능별 제품이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에어컨도 단순 냉방기능에 한 걸음 나아가 산소발생, 삼림욕 에어컨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인테리어기능까지 고려한 초슬림 액자형 제품과 인터넷을 통해 에어컨을 통제하는 인터넷에어컨, 음성으로 작동이 가능한 음성인식 에어컨까지 등장했다. 주방가전에서도 주부들의 틈새욕구를 겨냥한 신제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버너와 블로일러 오븐 등 전 부분의 요리과정을 디지털화한 디지털 가스오븐레인지,라디오 복합형 전자레인지, 밥공기 전자레인지 등이 대표상품들이다. DVD플레이어도 VCR과 DVD플레이어 복합제품 외에 게임 학습전용 DVD플레이어가 나와 있다. 대우전자의 국내영업담당 강호중 상무는 "경기회복 기대심리와 맞물려 소비가 되살아나면서 가전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다양해진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건강 가전 및 인테리어 가전 등 기능성 가전제품이 꾸준히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