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간송미술관이 설립자인 간송(澗松) 전형필(1906~1962년) 선생 40주기를 맞아 대규모 산수화와 인물화 기획전을 열고 있다. 간송이 평생 수집한 조선시대 회화 중 산수화와 인물화 명품 1백여점을 6월2일까지 전시한다. 간송은 일제 강점기 한국 문화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값을 묻지 않고 사들였던 고미술 수집가였다. 그의 호를 딴 간송미술관은 1938년 '보화각'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국내 최초의 사립박물관이다. 국보 72호 계미명 금동삼존불과 국보 70호 훈민정음을 비롯해 겸재 정선,추사 김정희,단원 김홍도의 작품 등 소장품만 5천점이 넘는다. 이번 전시회에는 정선 김홍도 신윤복 이상좌 윤두서 조영석 심사정 김명국 등이 그린 조선시대 산수화와 인물화가 망라돼 눈길을 끈다. 전통적으로 산수화와 인물화는 그림의 으뜸으로 여겨져 왔다. 조선 전기까지만 해도 중국풍의 산수화와 인물화가 지배적이었으나 주자성리학이 조선성리학으로 자기화해 발전한 조선 후기에는 고유한 사상과 색채 구도의 작품들이 태동했다. 고유색 짙은 조선풍의 산수화와 인물화가 바로 진경산수화와 풍속화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되는 작품으로는 정선의 '금강내산(金剛內山)'과 신윤복의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이 꼽힌다. '금강내산'은 정선이 72세 때 금강연봉의 웅자를 섬세한 필치로 그린 명작으로 함께 출품되는 그의 '풍악내산총람(楓岳內山總覽)'과 비교해 감상할 수 있다. 여덟 폭 병풍인 '혜원전신첩'은 국보 제135호로 당시 한양의 풍류를 읽을 수 있는 풍속화 '야금모행(夜禁冒行ㆍ야간 통행금지를 무릅쓰고 가다)'이 들어 있다. 안견의 작품으로 보이는 '사립독조(蓑笠獨釣ㆍ도롱이에 삿갓 쓰고 홀로 낚시질하다)'는 인물화가 거의 없는 안견 화풍의 이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징의 '고사한거(高士閑居ㆍ뜻 높은 선비의 한가로운 삶)'는 조선 최고 금니(金泥) 산수화가의 솜씨를 보여주는 대작이다. 이밖에 김득신의 '추수타작(秋收打作)'과 '강상회음(江上會飮)'처럼 노동과 휴식이 대비되는 작품도 나왔다. 최완수 간송미술관 연구실장은 "간송미술관이 갖고 있는 그림 중 명품만을 골라 선보이는데 조선시대 그림을 위주로 하되 그와 비교하기 위해 중국 명ㆍ청시대의 작품도 일부 전시했다"고 말했다. (02)762-0442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