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서 찾는 지혜] 부처님과 詩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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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從苦學空門法
자공고학공문법
銷盡平生種種心
소진평생종종심
唯有詩魔降不得
유유시마항부득
每逢風月一閑吟
매봉풍월일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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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불법을 배운 뒤로는/마음 속 갖가지 욕망을 다 삭혔더라네/그런데 시의 마귀만은 제압하지 못하고/매양풍월 만나면 한번씩 한가롭게 읊조린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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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백거이(白居易)가 읊은 '한음(閑吟)'이라는 제목의 시이다.
사람들은 평생 수없이 많은 번뇌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보다 큰 섭리에 다가가고자 신앙에 의존하기도 한다.
신앙심이 돈독한 사람들은 믿음으로 세상의 모든 마귀를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백거이는 시의 마귀만은 물리치지 못했다.
이는 바로 인류의 행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덕으로 우리는 백거이의 시를 읽을 수 있게 됐으니까.
李炳漢 < 서울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