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상승 모멘텀없이 지루한 등락장세를 보이는 우리 증시의 본격 상승 활로는 언제 열릴까. 종합주가지수는 지난달 25일 900선에서 미끄러진뒤 일시적인 재료와 수급의 변화에 따라 변동성을 보이면서 4주째 820∼870선의 박스권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22일 주가지수는 전날 28포인트나 떨어진 급락장세를 떨치고 프로그램매수를 앞세운 기관의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오후 2시50분 현재 전날에 비해 22.47포인트 오른 860.03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상승세를 박스권의 본격적인 상향 이탈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주가지수는 800선 언저리에서 반등해 최근 중기(60일) 이동평균선에 근접, 등락함으로써 외국인투자자를 포함한 시장 투자자들에게 `저점'에 대한 신뢰를 심어준 것으로 다수 전문가들은 인식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과 국가신용에 대한 잇따른 신용등급 상향이 보여주듯 여타 국가에 비해 튼튼한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하반기 수출 회복의 청신호만 있으면 언제든지상승 추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잠재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보통신(IT) 경기의 회복이 불투명한 가운데 미국 증시, 특히 기술주위주의 나스닥시장 추가 하락세는 7월달까지 이어져 우리 증시가 800선을 다시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미국 경기회복 속도 둔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지표가나와야 하지만 현재로서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주가지수 저점에 대한 신뢰 구축 = 이날 상승세는 전날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요인도 있지만 재상승을 기대하는 개인과 기관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고, 1.4분기 국내총생산(GDP) 5.7% 증가라는호재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기관은 지난 2거래일간 일시적으로 쏟아냈던 매수차익거래 잔고 물량을 제외한다면 꾸준히 유입되는 주식형 펀드 등 자금력을 바탕으로 투신권을 중심으로 이달들어 비교적 양호한 매수세력을 형성해 왔다. 교보증권 최성호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테러위기와 달러화 약세에 따른 미국 증시 급락세라는 악재가 그다지 큰 충격을 주지 않는 것은 투자자들 사이에 지수 저점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수가 800선 언저리에서 강하게 반등한 한 것은 이를 증명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달러화 약세와 미국 경기회복 둔화 우려감에 따른 하반기 수출실적 호조모멘텀이 실종된 상태여서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정보팀장은 "지수가 박스권 등락을 하면서 하향 이탈하지않는 것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하고 증시가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스권 상향탈출 열쇠는 수출실적 호전 = 증시가 박스권을 뚫고 올라갈수 있는 열쇠는 수출실적 호전 모멘텀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지만 시기는 감을 잡을수 없다는 분석이다. 교보증권 최 연구원은 "미 경기회복 둔화 불안감에 테러사태 재발 우려, 달러화약세마저 겹치면서 수출 회복 모멘텀이 사라져 2.4분기 증시 상승의 기대감도 약해졌다"면서 "중요한 신호는 결국 미국 경기의 회복에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조 팀장은 "2.4분기 증시 상승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았던 수출 및설비투자의 증가는 미국 경기회복에 근거하고 있지만,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7월께 나스닥지수가 전 저점까지 떨어지면서 우리 증시도 800선을 하향 이탈할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견됐다. 대신증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기술주 경기 회복이 불투명해 나스닥지수의추가 하락도 가능성이 있다"면서 "따라서 우리 증시도 연동해 800선 이하로 다시 곤두박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강세가 단기적으로 기업매출과 영업이익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과거의 사례처럼 장기적으로 호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