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가 원.달러 환율하락 추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식을 내다팔고 잇다. 과거 원화환율이 떨어지면 환차익을 노리고 주식 매수에 나섰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22일 거래소시장에서 이틀째 순매도에 나선 외국인은 4백50억원 가량을 처분했다. 이들은 최근 급격한 환율하락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외국인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환율이 떨어지면 순매수를 늘리고 환율이 오르면 매수를 줄이는 패턴을 반복했었다. 그러나 올들어선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데도 외국인은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감과 환율 변동성 등이 외국인의 주식 매수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빛증권 신성호 이사는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면 원·달러 환율의 연간 변동폭이 기껏해야 5∼10% 이내였다"면서 "환차익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제한돼 있는 반면 주가 변동폭은 환율 움직임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섣불리 매수에 나서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이사는 "외국인의 경우 직접적인 환율 변동보다는 그에 따른 개별 기업의 이익 변화에 보다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환율 변화에 따라 특정 종목의 편입비중을 조절할 가능성은 크지만 전체적인 매매패턴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일본의 경우 엔화 강세가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를 유발시키고 외국인 자금유입이 엔화가치를 끌어올리는 선순환이 이뤄진 적이 있었다"면서 "우리나라도 현재처럼 경기회복 국면에서 원화환율이 떨어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늘어나야 하지만 외국인은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외국인의 국내 시가총액 점유율이 36%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진 데다 반도체 가격이 조정국면에 들어가면서 한국 주식을 사들일 만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