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Week 본사 독점전재 ] 미제(美製)가 선망받던 때가 있었다. 'Made in USA'란 딱지만 붙으면 무조건 우량품으로 대접받았다. 그 당시 미국은 물질뿐 아니라 각종 제도도 최고로 인정받았다. 제도중에서는 회계기준이 단연 경쟁력이 높았다. 세계 주요 기업들은 이 기준에 따라 회계장부를 정리했다. 이 기준에서 벗어나면 부실기업이란 오명을 감수해야 했다. 회계에 있어 '미국식'은 곧 글로벌 스탠더드였다. 이제는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많은 것이 변했다. '미국식 회계'를 '절대적인 표준'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미국은 과거 수십년간 회계투명성을 주창하며 의기양양했지만 이젠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사실 할 말도 별로 없다. 엔론사태 이후 잇따라 드러난 '회계조작'이란 치부 때문이다. 얼마전 S&P는 기업의 신용을 평가하는 새로운 회계기준을 발표했다. 그 요지는 '핵심이익(Core Earnings)'이다. '핵심이익'은 기업과 애널리스트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이익의 개념과 다르다. 애널리스트나 기업들이 발표하는 '회계상 이익(Pro Forma Earnings)'은 바로 통상적으로 말하는 이익,즉 '순이익(Net Income)'이다. 이에 비해 S&P가 내세우는 이익은 이런 일반적인 의미의 순이익이 아니다. 지속적인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핵심이익)만을 포함한다. 핵심이익은 스톡옵션 비용,구조조정 비용,감가상각 등을 순이익에서 뺀 것이다. 이익(순이익)이 10억달러이고,스톡옵션 비용이 2억달러,구조조정 비용이 1억달러,자산가치 하락이 1억달러일 경우 기존에는 이익(순이익)이 10억달러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S&P는 이익(핵심이익)을 6억달러라고 평가한다. 스톡옵션 비용 등이 지속적인 영업활동의 범주에 속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연금운용수익,승소(勝訴)에 따른 수입은 이익계정에서 제외한다. 이런 수입은 지속적인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S&P의 새 기준을 기업에 적용해 보자.S&P의 새로운 회계기준에 따르면 제너럴일렉트릭(GE)의 지난해 주당 이익(주당 핵심이익)은 1.11달러다. 이는 GE가 밝혔던 주당 이익(주당 순이익) 1.42달러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이익이 줄어든 가장 큰 요인은 연금투자에서 번 이익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S&P는 연금투자 이익은 영업활동에서 파생된 게 아니라고 보고 있다. 영업활동을 중시하는 S&P의 새 회계기준은 기업을 평가하는데 유효한 잣대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핵심이익이란 한 가지 기준만으로 복잡다난한 기업의 신용도와 안정성을 판단하려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란을 던져주고 있는 이 회계기준의 성공여부는 결국 월가란 시장이 결정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따르면 성공할 것이고,그렇지 않는다면 실패할 것이다. 너무 당연해 보이는 말이지만 이는 아무리 좋은 제도도 시장의 정서에서 벗어나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외면받으면 효용이 없다는 의미다. 반대로 논리성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다수로부터 지지받으면 표준이 될 수 있다. 월가가 과연 S&P의 새 기준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 많은 미국인과 세계인들이 지켜보고 있다. 정리=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 -------------------------------------------------------------- ◇이 글은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5월27일자)에 실린 'A Good Idea about Earings'란 사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