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는 흔히 전쟁에 비유되곤 한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경영전략'이란 학문도 군사전략에서 유래됐고 실제 강단에선 손자와 같은 탁월한 군사 전문가의 어록이 자주 인용된다.


비즈니스는 '원칙'만으로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치밀한 전략과 정확한 상황판단,정치력 뿐만 아니라 천운까지 따라줘야 한다.


최근 KT 민영화 과정에서 SK텔레콤이 보여준 전략과 전술은 경영학의 '케이스 스터디감'으로 인용될 수 있을 만큼 탁월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습 작전'을 감행했고 엄청난 성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식 청약일 이전에 SK텔레콤은 "KT민영화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말을 흘려 분위기를 조성했다.


안심한 경쟁사들은 자신의 카드를 완전히 공개했다.


이번 게임의 핵심 멤버였던 삼성의 전략이 드러났고,SK는 '풀 베팅(원주 5%청약)'으로 손쉽게 경쟁자를 따돌렸다.


허를 찔린 정보통신부와 삼성 LG가 당황하는 사이 SK텔레콤은 "KT가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지분인 9.2% 정도의 주식만 사겠다"는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KT의 경영권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팩트'를 제공한 것이다.


경제력 집중을 우려하는 비판도 잠시나마 무뎌질 수밖에 없었다.


SK텔레콤은 하지만 지난 20,21일 이틀간 또다시 '풀베팅'을 해 결국 KT주식의 11.34%를 확보했다.


외국인과 소액투자자의 KT 지분이 76%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SK의 영향력은 40%이상의 지분을 가진 것과 맞먹는다는 게 업계 평가다.


투자비(1조9천억원)에 비해 SK텔레콤이 거둔 성과(자산 32조원인 KT의 '미래 경영권')는 혁혁하다.


SK의 KT 지분 전격 매입과 관련해 요즘 시장에선 '정책은 유한하지만 지분은 영원하다'는 말이 돌고 있다.


물론 잃은 것이 있다면 몇차례 거짓말로 인한 '신뢰 상실'이다.


그렇다고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에 도덕적 비난을 가하는 건 공허한 일일 뿐이다.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의 논리를 알지 못해 '게임의 룰'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순진한 정부를 탓할 수밖에.


김남국 산업부 IT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