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살아있는 전설' 워런 버핏이 자신의 명성을 담보로 역마진 전환사채(CB)를 발행,단번에 4억달러(약 5천억원)의 거금을 끌어 모았다. 버핏이 운영하는 투자회사인 벅셔 해서웨이는 5년 만기 전환사채인 '스퀘어즈(Squarz)'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상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세계 최초로 만기 수익률이 사실상 마이너스라는 점. 제너럴 일렉트릭(GE)등 세계 초우량기업도 전환사채 발행시 연리 2∼3%의 만기수익률을 보장해 준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에게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다. 이 회사는 그대신 전환사채 만기일인 5년후 현재 주가보다 15% 정도 오른 가격에 주식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투자자들에게 부여,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버핏이 5년 동안 이 회사 주가를 적어도15%정도는 끌어올릴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믿음이 역마진이란 불리한 조건을 상쇄한 것이다. 실제로 '스퀘어즈'의 발행조건을 살펴보면 '버핏 변수'이외에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은 하나도 없다. 투자자들은 전환사채 발매일(5월21일) 종가에다 15%의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으로 만기일(2007년 5월21일) 이후 벅셔 해서웨이 주식을 살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전환사채의 주식전환 조건과 비슷하다. 반면 투자자들은 이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Warrants)를 보장받는 대가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벅셔 해서웨이는 투자자에게 연리 3.0%의 수익률을 주지만,주식전환 권리를 보장해 주는 대가로 연리 3.75%를 받아 투자자들은 결국 연리 0.75%포인트를 손해보는 셈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만기일이 되면 벅셔 해서웨이 주식을 지난 21일 종가(주당 7만7천9백달러)보다 불과 15% 오른 8만9천5백85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5년 동안 주가가 오르지 않거나 내리면 이자와 수수료의 차이(0.75%)만큼 손해를 볼 수도 있으나,주가가 크게 올라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환사채가 큰 인기를 끌자 이 회사는 발행규모를 당초 2억5천만달러에서 4억달러로 늘렸지만 수시간만에 동이 났다. 투자자들은 벅셔 해서웨이를 인수,이 회사의 주가를 4천배이상 끌어올린 '버핏의 기적'이 또 한번 자신들에게 나타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