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일자) 변칙적 주5일 근무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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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노사가 주5일 근무제의 독자적 시행에 합의했다는 것은 그동안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가며 진행시켜온 노사정간 근로시간 단축논의를 일거에 무용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분히 변칙적인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노사가 합의한 주5일 근무제에 관한 단체협약은 그 내용도 내용이지만 도입형식에도 문제가 많고 더구나 충분한 준비기간도 없이 오는 7월부터 전격 시행키로 하는 등 비상식적인 점이 한둘이 아니다.
금융노사가 이처럼 서둘러 토요휴무제를 도입키로 한 것은 어떤 형식으로든 빠른 시일내에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알게 모르게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업종별 또는 단위사업장별로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단체협상을 통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터에,모든 부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융산업 노사가 앞장서 이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는 것은 경솔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자극돼 아무런 기준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위사업장 노조들이 너도나도 다양한 요구안을 들고 나올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빚어질 것은 물론,노조의 협상력이 강한 사업장과 중소 영세사업장 근로자 사이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은 심화될 것이 뻔하다.
더욱이 입법도 안된 상태에서 일선 사업장 단위로 근로시간 단축이 이루어질 경우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휴가 휴일제도는 그대로 두고 근로시간만 줄어드는 기형적인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합의내용을 놓고 금융노사는 어느 쪽에도 손해가 없는 '윈-윈 게임'이 됐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형식만 놓고 봐도 국가적 중대사가 금융노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며 또 노사정 협상정신과도 부합되지 않는다.
은행이 휴무를 하면 많은 기업들이 선택의 여지 없이 휴무를 강요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임에 비추어 이번 금융노사의 결정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주5일 근무제는 떳떳하게 국회에서 토의되고 걸러져 법제화를 통해 도입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라고 본다.
근로시간에 관한 현행 제도들은 그대로 두고 집단연월차를 사용하는 편법으로 토요휴무를 하겠다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길로 들어서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집단연월차 사용은 지금까지 변칙행위로 지탄을 받아오지 않았던가.
토요휴무제는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노사정 합의를 바탕으로 확실한 법적 기준 위에서 도입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