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파가 롯데백화점에 넘어가는 지금 누구보다 심사가 착잡한 사람은 박용학(87) 전 대농그룹 명예회장과 아들인 박영일(57) 전 회장일 것이다. 박 전 명예회장은 미도파를 인수해 국내 최고의 백화점으로 키웠던 장본인이고 박 전 회장은 미도파가 침몰할 당시 '대농호의 마지막 선장'이었다. 박용학 전 명예회장은 대농그룹 부도 후 줄곧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장을 지내는 등 한때 재계에서 '큰형님'으로 통했던 그는 지난 97년 미도파가 적대적 M&A 공격을 받자 전경련을 동원해 경영권을 방어했을 정도로 재계에서 신임이 두터웠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 측근들과도 연락을 끊었다. 박영일 전 회장은 신앙생활에 몰두하고 있다. 박용학씨의 외아들인 그는 지난 89년 대농그룹 회장에 취임했지만 10년 만인 99년 회사가 쓰러져 법정관리를 받게 되자 한동안 두문불출했다. 이후 연세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영락교회에서 장로직을 맡고 있다. 선교생활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