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쿨 현장을 가다] (中) 교실밖 사람들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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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팀 "유타재즈"의 홈구장으로 유명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의 "델타센터".여기에 마련된 30여개의 부스가운데 한 곳에서 금발의 한 여학생이 자신의 사업구상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잔디깎이 씨뿌리기 가지치기 등 정원을 가꾸는데 필요한 모든 작업을 대행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2명의 정원사는 정규직원으로 고용하고 나머지 인력은 아르바이트생으로 충원할 생각입니다"
이같은 설명을 듣고 있던 심사관은 "16달러로 잡은 서비스단가의 근거는 무엇인가","언제쯤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쉴새없이 퍼부었고 이 학생은 준비한 손익계산서 등을 조목조목 따지며 사업전망이 밝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곳에서 진행중인 행사의 이름은 'DECA's 2002 International Career Development Conference'.미국 3대 비즈니스교육관련 비영리법인인 '데카(DECA)'가 1년에 한 번씩 전국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여는 일종의 '비즈니스모델' 경연대회다.
이번 행사에는 미 전역에서 1만8천여명의 학생과 교사가 참여했다.
데카 사무국의 신디 앨런은 "전국 각 지부에서 예선을 거쳐 올라온 학생들이 이 곳에서 마지막 결선을 치르게 된다"며 "각 부문 우승자에게는 5백∼1천달러씩 총20만달러의 장학금이 수여된다"고 말했다.
장학금 숙박비 행사장대여료 등 이번 대회에 투여된 총 진행비는 약 2천만달러(약2백50억원).이 많은 돈은 어떻게 조달됐을까.
에드 데이비스 데카 이사장은 "행사비용의 대부분은 기업 및 개인의 기부금으로 충당된다"며 "많게는 1백만달러부터 적게는 수천달러까지 기부금의 규모는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학생과 교사들이 70달러씩 내는 참가비와 학생들이 바자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금 등도 운영에 도움이 되지만 가장 큰 역할은 역시 기업이 담당한다"고 덧붙였다.
JA NFTE 등 데카와 비슷한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줄리 켄터 NFTE 워싱턴사무소장은 "마이크로소프트 골드만삭스 코카콜라 등 미국내 유수 기업들은 청소년 직업교육에 열의를 갖고 있다"며 "미래의 직원을 올바로 교육한다는 차원에서 볼때 기업과 학생들이 모두 '윈윈(win-win)'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내 기업들은 재정적인 측면뿐 아니라 인력적인 면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JA의 경우 일선 학교에서 진행하는 비즈니스관련 수업의 교사는 모두 대기업의 중견간부들로 채워지며 데카가 매년 개최하는 컨퍼런스에서 학생들의 사업설명서를 채점하는 모든 심사관도 대기업 직원들이다.
JA의 필립 코필드 유타주지사장은 "대기업 간부들의 집을 직접 방문하거나 편지를 보내 아이들을 가르쳐달라고 요청한다"며 "대부분 흔쾌히 승낙해 교사확보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데카를 위한 기업후원회를 11년째 이끌고 있는 애드리안 배로는 "비즈니스교육은 그 특성상 학교내에 있는 사람들보다 교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더욱 중요하다"며 "한국의 경우에도 청소년대상 창업교육(비즈쿨)이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대학의 자발적인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워싱턴.솔트레이크시티=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