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가 보합세로 마감했다. 금리는 전날 재무부채권 금리가 상승해 오름세로 출발했으나 오후 들어 보합권으로 복귀했다. 주말을 앞두고 금리 움직임은 무척 둔했다. 주가는 장중 일관되게 강세를 유지했지만 금리와의 연동성은 약해졌다. 한국은행이 통안채 창구판매를 실시하지 않고 전윤철 부총리가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금리에 우호적인 말을 했지만 이 역시 금리에 영향을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국에서 발표될 경제 지표가 호조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테러 발발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전체적으로 대외적 변수와 관련된 전망은 채권 시장에 중립적으로 작용했다. 24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2002-4호 수익률은 전날과 같은 6.31%를 기록했다. 6.33%로 거래를 시작한 후 움직임은 0.02%포인트 안쪽으로 제한됐다. 오후 들어서는 호가조차도 뜸하게 이뤄졌다. 5년 만기 2002-5호는 6.75%로 역시 전날과 같았다. 통안채 2년물은 6.12%를 기록, 전날보다 0.01%포인트 올랐으며 통안채 1년물 수익률은 5.46%로 전날과 변함 없었다. 회사채 금리 역시 보합세를 보였다.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가운데 AA- 등급 수익률은 7.08%를, BBB- 등급 수익률은 11.03%를 기록, 저날 수준에 머물렀다. 국채 선물은 하락 출발 후 상승 전환해 마감했다. 6월물은 전날보다 0.04포인트 상승한 103.98을 기록했다. 잔존일이 26일에 불과해 저평가를 줄이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졌다. 그러나 거래량은 3만1,314계약에 불과해 전날의 5만257계약에 크게 못미쳤다. 국채 선물 시장에서 투신사가 1,986계약 순매도한 반면 은행은 1,060계약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 미국 시장에 관심 = 이날 미국에서는 4월 신규 주택판매 실적과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수정치가 발표된다. 신규 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4,000채 증가한 88만2,000건을 기록하고 GDP는 전년 동기보다 6.0% 내외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 주 소매판매, 소비자신뢰지수, 이번 주 내구재 주문 호조에 이어 이들 지표도 좋아진 것으로 나올 경우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선물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월중 수출 실적, GDP 등이 미국 시장의 영향으로 채권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재무부 채권 금리가 상승세를 보인다면 우리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테러 공포 때문에 소매판매, 소비자신뢰지수, 내구재 주문 등이 크게 개선된 만큼 오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전몰장병기념일(27일)을 전후로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만약 금요일 발표되는 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전몰장병기념일을 테러 없이 넘길 경우 재무부채권 금리도 가시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들 경제지표가 과거의 상황을 나타내는 만큼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4월 실적이 좋더라도 향후 경기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에서 4월까지만 해도 경제 호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내구재 주문이 늘었다"면서도 "그러나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5월에도 주문이 증가했을 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장 참가자들은 과거 지표만 가지고 경제를 낙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가와 환율 반도체값 테러 등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가시지 않아 최근의 보합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 정부 정책·수급은 우호적 = 그렇지만 정책 당국의 저금리 기조는 유지되고 있어 정책 변화로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날 전윤철 부총리는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조찬강연에서 "물가 불안 없는 적정한 성장을 위해서는 거시경제정책을 약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책기조의 큰 틀은 그대로 끌고 가겠다"고 밝혔다. 전 부총리는 지난 22일에도 "성장 기조가 유지될 수 있도록 거시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것"이라며 "금리 정책 또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행 역시 저금리는 지지하는 모습이고, 24일 통안채 창구판매를 실시하지도 않는 등 수급 또한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2일 "현재 콜금리인 4.25%는 잠새성장률 만큼 성장을 지속하면서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까지 경기부양적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정부와 같은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앞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KT 입찰에서 보여지 듯 기관의 자금이 부족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의 박스권 이탈 가능성이 크지 않으면 매물은 대량으로 출회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