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카드업계가 소비자들의 권익을 외면하고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될 정도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수익을 낳기 위한 "산고(産苦)"를 소비자들이 대신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이 고객들을 얼마나 쥐어 짜는지 신용카드 계약조건을 살펴보면 금방 드러난다. 연체이자율과 대금청구서 발송후 결제일까지인 "이자면제기간(grace period)"등 주요 계약조건들이 카드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연체이자율은 연리 20% 수준으로 높아 소비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카드사의 수입중 연체이자는 1996년 17억달러에서 2001년 73억달러로 급증했다. 연체이자가 이젠 가맹점 수수료와 현금서비스 수수료에 이어 당당히 카드사의 3대 수익원이 됐다. 이자면제기간도 점점 줄고 있다. 1990년 29.7일에서 지난해엔 21.2일로 대폭 축소됐다. 카드사가 연체이자율을 높이고 이자면제기간을 줄여 이중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한 셈이다. 소비지출 증가와 불리한 계약조건은 소비자 파산을 사회문제로 만들고 있다. 미국 연방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중 소비자 파산 신청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한 36만9천2백37건을 기록했다. 또 1분기 신청건수를 포함,지난 1년간(2001.4~2002.3) 소비자 파산을 요청한 건수는 15.2% 증가한 1백46만4천9백61건이다. 1년간 소비자 파산 신청건수가 1백45만건을 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비난이 거세지자 카드사들은 이제서야 소비자와 소비자단체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호시절(好時節)에 빠져 있다 보니 비난을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신용상태가 불량한 소비자를 위한답시고 이자를 감해주고 채무상환기간도 연장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원칙이 거의 없다. 같은 회사라도 지점에 따라,같은 지점이라도 담당자에 따라 다르다. 소비자들이 협상하기 나름이다. 이런 "무원칙"은 신용도가 괜찮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담당자에게 사정을 하거나 다른 카드로 바꿔 버리겠다고 위협하면 십중팔구는 몇일 정도 연체이자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자면제 기간도 조금 연장할 수 있다. 체이스 카드의 경우 카드사용자가 대금지급일 낮 12시를 넘기면 그 순간부터 연체이자를 물어야 하지만 따지는 고객에겐 이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법이 별로 없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의 경우에도 말만 잘하면 2~3일 결제를 늦춰도 연체이자를 물지 않는다. 그래서 카드사가 요구하는 대로 지키는 사람은 "푼수"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터져 나오는 불만을 일시적으로 무마하기에 급급한 카드사. 그리고 원칙없는 소비자 관리. 결국 불신감만 가중시켜 장기적으로 카드산업의 경쟁력을 해칠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