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경유) 승용차의 판매 허용 문제를 놓고 자동차 업체, 정부, 환경단체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오는 7월부터 개정 발효되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 규칙에 따르면 8인승 이하 다목적 차량 가운데 '프레임'(안전을 위한 차체 아랫부분의 뼈대)이 없는 차는 '승용차'로 차종 분류가 바뀌어 승용차 기준의 배기가스 규제를 받는다. 디젤을 연료로 쓰는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트라제XG(7인승), 기아자동차 카렌스II는 일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등의 허용기준이 최고 50배 강화돼 사실상 국내 판매가 불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산업자원부와 현대.기아자동차 등은 "현행 디젤 승용차 배출가스 규제를 국제적 수준에 맞춰 완화하지 않을 경우 업계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환경부가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한 2000년 7월 이전에 이미 이들 차종의 개발에 들어간 만큼 시행시기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시민.환경단체들은 "대기오염이 날로 심각한 상황에서 산업적 측면에서 경유 승용차 정책에 초점을 맞출 경우 국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최근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해 정부 시민단체 기업체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동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위원회가 합의안 도출을 서둘러도 시행규칙 재개정과 입법예고 기간 등을 감안하면 최소 2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여 이들 차량은 일단 7월부터 판매가 중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기아차는 이처럼 정부방침이 정해지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만큼 시판중인 차량의 판매를 중단시키는 조치는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들 차량의 주문이 밀려 있어 판매가 잠정적으로 중단된 뒤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최소한 5~6개월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도 일부 디젤 차량을 들여올 예정이던 업체들이 사업계획을 수정해야 할 처지다. 한국수입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세계 어느 업체도 만족할 수 없는 기준을 고수하는 것은 문제"라며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