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떠날 수 있는 여유 .. 백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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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baek@ktb.co.kr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선 모 카드회사 광고카피인 '열심히 일한 당신,떠나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 카피에 대해 주위의 지인 한 명이 세상에는 네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며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다.
일을 열심히 하고 떠날 여유가 있는 사람,열심히 일했지만 떠날 여유가 없는 사람,열심히 일도 안 하면서 떠날 여유만 있는 사람,열심히 일도 안하지만 그렇다고 떠날 여유도 없는 사람.
이렇게 네 부류가 있는데 대부분은 두번째 부류임을 탄식하면서 세번째 부류가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알랭이 그의 저서 '행복론'에서 파리의 경찰서장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 말은 예기치 않은 수많은 사건들이 뒤를 이어 기다리고 있고,직책상 그것을 처리하지 않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할 일이 없어 하품을 하거나 적적한 느낌이 들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말은 사람이란 일을 하는 데서 행복을 누릴 수 있고,행복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본인이 정말로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면 일 속에서 행복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일에서 행복을 찾아야 된다고 말들은 하지만 현실 속의 '일'이라고 하는 것은 호구지책으로 여겨지며 삶의 행복과 활력소는 다른 곳에서 찾게 된다.
여기에는 그동안 우리가 바쁘고 빠르게 달리기에만 급급했지 제대로 된 휴식 시간을 갖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일을 하는 것이 자아실현과 여유를 즐기기 위함이라면 여유를 즐긴다는 것은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기 위함이다.
일과 여유의 상관관계를 시간으로 따진다면 반비례지만 열정과 충족감으로 본다면 비례관계에 있다.
열심히 일하고 떠날 여유가 있는 사람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떠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자.광고에서처럼 멋들어지게 드라이브를 하지 않더라도 저녁 즈음에 동네를 가볍게 산책하면서 자신을 되돌아 본다거나 산에 올라가 단 몇 분이라도 무념무상에 잠기는 것도 자신만의 세계로 떠나는 훌륭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