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쓴 과거 '미래'를 담다..귄터 그라스 '게걸음...' '넙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99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의 최신작 '게걸음으로 가다'(민음사)와 1977년작 '넙치'(민음사)가 잇따라 번역됐다.
'게걸음으로 가다'는 올 3월 독일에서 발표된 후 1개월만에 8쇄를 찍으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작품.가해자인 독일을 피해자로 부각시킨 작품이기에 출간 직후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1945년 소련군의 추격을 피해 본토로 도망 나오던 독일인을 태운 배의 침몰 사건을 다룬다.
당시 무고한 피난민들이 소련군의 공격을 받고 몰살당했음에도 전범 국가란 이유로 전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구스틀로프호 침몰은 '타이타닉'호의 5배가 넘는 사망자를 낸 해운사상 최대 참사였다.
'게걸음으로 가다'가 유럽에서 출판되자 독일이 원죄를 잊어버리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좌파인 그라스가 우파적인 소재를 취했다는 데에 많은 독자들이 의아해했다.
하지만 독일 젊은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는 이 소설은 작품 자체로 보았을 땐 밀도가 떨어진다.
상상력도 빈약한 편이다.
장편 '넙치'는 그림 동화에서 '말하는 넙치(가자미)' 모티브를 빌려와 인류 문명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그라스는 신석기시대 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문명 초기에 인류는 가슴이 셋 달린 여자의 품에서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모계 사회에서 나태한 생활에 젖어 있던 남자 주인공은 어느날 넙치를 잡았다가 풀어주는데 이후 말하는 넙치의 도움을 받아 모권을 제압하고 부권 사회를 열게 된다.
그라스는 '불'도 남자인 프로메테우스가 전해준 것이 아니라 여자인 아우아가 훔쳐서 성기 속에 감추어 둔 것이라고 말한다.
남자들은 이 불로 돌을 녹여 청동기를 만듦으로써 남자들이 주도하는 세상을 만들어 갔다.
그라스의 아내 헬레네에게 헌정된 소설 '넙치'는 신석기 이후 인류사는 남성들의 역사이며 패배의 역사라고 말한다.
구원은 여성성에 있다는 주장이다.
'넙치'는 출간 직후 독일에서 45만부가 팔려 그라스에게 3백만 마르크(17억원)의 인세 수입을 안겨주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