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KT의 민영화 작업이 완료됐다. 지난 87년 민영화 작업이 추진된 지 15년만이다. 언뜻 보면 정부 보유 주식이 모두 민간에 넘어갔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아직 성공 여부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앞으로 KT가 어떤 경영성과를 보이느냐에 따라,또 우리나라 통신산업 및 IT산업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느냐에 따라 민영화의 성공여부는 판가름날 것이다. 이번 KT 민영화 과정에서 각 기업들의 '손익계산서'는 어떻게 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들의 표정을 살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먼저 SK텔레콤은 희색이 만면하다. 직원들의 얼굴에 화기가 돈다. KT 역시 속으로 좋아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SK가 최대주주라는 점이 마음에 걸려 겉으로는 찜찜해 한다. 반면 삼성그룹은 겉으론 태연하지만 속으로는 절치부심하고 있다. '삼성불패'의 신화가 여지없이 깨져 자존심이 완전히 구겨졌다. KT의 자회사인 KTF도 찜찜하다. 경쟁상대인 SK텔레콤이 모회사의 최대주주가 돼 괴로운 모습이다. 친정을 원망할 수도 없고,속으로 끙끙 앓고 있다. 하나로 데이콤 두루넷 LG텔레콤 등 후발사업자들 역시 정부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 KT와 SK가 국내 통신시장을 모두 말아먹게 됐다고 울상이다. 각 진영의 분위기에서 엿볼 수 있듯이 KT 민영화는 SK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다. SK의 치밀한 전략과 정보력,작전수행 능력 등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작전수행 과정에서 '공식적인 거짓말'을 몇차례 한 것이 기업의 도덕성과 신뢰에 먹칠을 했지만 SK에 명분보다는 실리가 중요했다. SK는 우선 KT가 갖고 있는 SK텔레콤 지분(9.27%)이 증시에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우려에서 벗어났다. 또 계열사를 간접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SK㈜와 SK글로벌은 그동안 각각 SK텔레콤 지분 7.2%(1조3천억원 상당)와 2.3%(3천억원 상당)를 해외에 팔려고 노력해 왔으나 KT가 보유한 물량부담 때문에 매각하지 못했었다. 두 회사는 이번 KT 민영화를 계기로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 SK텔레콤으로부터 1조6천억원 가량을 사실상 지원받는 셈이 됐다. 그러나 SK의 승리를 축하하기에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먼저 자산규모가 무려 32조원(자회사 포함)이나 되는 거대기업을 변변한 여론수렴 과정 없이 특정기업이 가져가는데 문제가 없느냐는 점이다. 물론 SK는 경영권을 장악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정책의 가변성을 생각하면 '최대지분 확보=미래의 경영권 확보'라는 등식은 성립 가능하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KT의 '미래 경영권'을 프리미엄 없이 넘겼다는 것은 '헐값 시비'의 소지가 다분히 있다. 이같은 결과가 발생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지분매각에 급급해 사려 깊은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탓이다. 만약 몇몇 대기업간 '황금분할'을 염두에 뒀다면 기업당 최대 지분한도 등을 설정했어야 옳았다. SK가 KT의 최대주주로 등장하면서 또 문제가 되는 것은 시장독점력이다. 이번에 KT와 SK는 사실상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은 셈이 됐다. 무선시장의 최강자와 유선시장의 슈퍼파워가 손을 잡으면 국내 통신산업은 물론 IT산업 전체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두 회사가 경쟁하지 않고 담합할 경우 IT산업 전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당장 경쟁관계에 있는 KT와 SK가 비동기 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사업과 관련,서로 짜고 투자하지 않을 경우 국민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입힐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담합했을 경우에 대한 대비책도 내놔야 할 것이다. cws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