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 풍요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자유를 함께 누린다는 미국의 새로운 상류층 보보스. 30대의 나이에 10만달러(약 1억2천5백만원)이상의 연봉을 받는 보보스와 같은 계층이 한국에도 과연 존재할까. 있다면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제일기획이 최근 펴낸 "신인류 탐구-코보스를 찾아라"라는 보고서는 미국의 보보스와 유사한 "코보스"(코리안 보보스)의 가치관과 생활양식 소비행태 등에 관해 정리해놓았다. 제일기획은 이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월소득 4백만원 이상 1백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고 이 가운데 29명을 선정,가정방문취재와 하루생활 밀착취재까지 했다. 열심히,풍족하게,자유롭게=코보스는 즐기면서 여유있게 살기를 원한다. 강환석씨(35.로펌변호사)는 "40대까지 열심히 일한 뒤 50대 이후엔 교외 빌라에서 여행이나 취미생활을 즐기며 살겠다"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길 바라는 점도 코보스의 공통점이다. 송은아씨(35.공인회계사)는 "주위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상류 그레이드에 속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고 얘기한다.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도 대단하다. 김석민씨(36.방송사 해외프로그램 바이어)는 "일은 나에겐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내가 좋아하니까 이 일을 한다"고 말했다. 명품 제대로 오래 즐긴다=연봉이 1억원 이상인 이들은 명품에 해박하고 한번 구입하면 오래 사용한다. 남성의 경우 정장은 아르마니 휴고보스 제냐 등을 선호하고 캐주얼로는 폴로 바나나리퍼블릭 갭을 즐겨 입는다. "피부에 닿는 것은 최고를 쓴다"는 여성들은 대부분 수입화장품을 쓰고 있다. 기초 화장품에 특히 신경을 쓰면서 한달에 평균 30만원 이상을 화장품 구입에 사용한다. 기초화장품으로는 시슬리 라프레히 에스티로더 등을,색조화장품으로는 바비브라운 에스티로더 샤넬 랑콤 등을 선호한다.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는 BMW 렉서스 사브 무쏘 등의 순이다. 몸을 사랑하고 몸에 투자한다=코보스는 거의 매일 골프 헬스 등 하나 이상의 운동을 한다. 박선의씨(38)는 "아무리 귀찮아도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며 "체중과 몸매가 적정수준을 넘어서면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먹거리에도 남다른 신경을 쓴다. 냉장고에는 유기농 야채와 과일이 가득하다. 또 대부분 건강보조식품을 먹고 있다. 아침에는 대부분(90%) 한식으로 성대하게 아침을 차려 먹는다. 최영윤씨(36.치과의사)는 "아침시간에는 가족과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며 "건강을 위해서도 아침은 필수"라고 말했다. 자녀 유학은 필수=코보스 중 상당수는 유학파다. 이들은 미국의 보보스와 달리 자녀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자녀를 외국에 유학보내겠다는 사람이 90%를 넘는다. 자녀를 귀족으로 키우겠다고 생각하는 이도 많다. 최희연씨(31.주부)는 "딸애한테 귀족적인 교육을 시키고 사립학교를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송은아씨는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잡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격언을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송씨는 "다양한 고기를 먹여주고 가장 먹고 싶은 고기를 찾게 만들어야 한다"며 "그 다음에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게 순서"라고 말했다. 일확천금을 꿈꾸지 않는다=코보스는 각종 고급 정보에서 앞서가는 사람들이지만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통해 과감하게 재산을 늘리기보다 안정적인 장기 투자를 선호한다. 특정 종목의 주식에 직접 투자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조수근씨(31.컨설턴트)는 "주식을 비롯한 여타의 재테크를 하지 않고 연봉으로 받는 돈은 대부분 저축한다"며 "주변에서 바보라고 놀리기도 하지만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보스와는 다르다=코보스는 미국의 보보스와는 다르다. 보보스의 특성인 보헤미안적 방랑기질과 저항정신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또 보보스는 기존 엘리트 계층과 단절된 세대로 여겨지는 반면 코보스는 상류층 중류층과 수시로 교류한다. 코보스는 백화점에서 명품을 사지만 동대문에서 쇼핑을 즐기기도 하고 고급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지만 주로 좌석버스로 출퇴근한다. 퓨전 레스토랑만 즐겨찾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청진동에서 해장국을 먹기도 한다. 이들에게 고급 승용차는 필수품이다. 그러나 과시하기 위해 차를 소유하진 않는다. 이런 점에서는 "졸부"와도 다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