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55).98월드컵 때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고 한국에 5-0이라는 치욕적인 참패를 안겨줬던 축구 지도자다.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의 염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히딩크 감독은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1967년부터 1982년까지 네덜란드의 드 그라프샤프와 아인트호벤,미국의 워싱턴 디플로매츠 등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그는 선수보다는 지도자로서 더 성공했다. 1986년 아인트호벤 감독으로 취임,3시즌 연속으로 네덜란드리그를 제패했다. 1988년에는 네덜란드 리그와 FA컵,유럽 챔피언스리그를 석권했다. 이후 터키 페네르바체(1990∼1991),스페인 발렌시아(1991∼1994)의 지휘봉을 잡았다. 1995년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을 맡은 그는 96 유럽선수권 8강,98월드컵 4강이라는 좋은 성적을 남겼다. 그 기간 치른 A매치 성적은 38전22승8무8패.히딩크는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와 레알 베티스를 거쳐 작년 1월 계약기간 1년 6개월,연봉 1백만달러+α의 조건으로 한국 대표팀을 맡았다. 히딩크 감독은 원칙주의자다. 고집도 세고 선수를 다스리는 카리스마도 갖고 있다. 그는 개성이 강한 스타 선수들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대표팀 선수들을 조련했다. 골키퍼 김병지가 경기 중 섣불리 골문을 비웠다는 이유로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게 대표적인 사례.안정환(페루자)에 대해 지난2월까지도 "체력과 경기 감각이 떨어져 곤란하다"며 기용치 않다가 지난 3월 이후 다시 불러들이기도 했다. 이런 히딩크 감독의 과감한 지도 스타일에 가장 큰 믿음을 보내는 것은 바로 선수들이다. 실제로 지난 2월 골드컵 대회의 부진한 성적에 대해 국내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자 선수들이 나서서 "우리는 발전하고 있다"며 전폭적인 지지의사를 표명,비판론을 잠재운 적도 있다. 이천수 선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들은 축구가 가장 단순한 운동중 하나라고 말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축구 선수도 머리가 좋아야 창조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한다"며 "그의 요구는 신선하고 합리적이다"고 평가했다. 21일 잉글랜드 전과 26일의 프랑스전은 '생각하는 축구'를 추구하는 히딩크식 축구가 결실을 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