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기업 '부활 나래'.. 노사 합심해 회사살리기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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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의 고통을 이겨낸 일부 중소기업들이 이익규모를 키워가는 등 빠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
이들 기업은 노사가 합심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구조조정으로 인한 이익을 공유하고 '부실기업'이라는 한때의 오명을 벗어던지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로는 한창제지 벽산 신호유화가 꼽힌다.
지난 1998년 10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한창제지(대표 한상황).
이 회사엔 독특한 형태의 태스크포스팀인 TDR(tear down room)팀이 있다.
'눈물 흘리는 방' 또는 '(기존 사고를)갈갈이 찢는 방'등의 의미를 지닌 팀으로 원가절감을 위해 만들어졌다.
한상황 대표는 "일단 이 팀에 들어가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든가 아니면 사표를 쓰고 방을 나오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창제지는 작년에 8개 TDR팀을 가동한데 이어 올해도 2개 팀을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가격이 급등하는 등 경영환경에 변화가 있을 땐 어김없이 TDR팀을 구성한다.
이 회사는 뿐만 아니라 제품에 클레임이 제기될 경우 당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새벽시장'을 열어 인민재판하듯 원인과 대책을 다그친다.
이같은 고통을 못이겨 일부 직원은 구조조정 초기 회사를 떠났다.
외환위기 이전 4백명이던 직원은 현재 3백여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채찍만 있는 게 아니다.
철저한 평가를 거쳐 잘한 팀과 직원에겐 월별 분기별로 포상한다.
한 대표는 "원가절감 노력 덕분에 매출원가율은 다른 회사에 비해 10% 가량 낮다"고 말했다.
수지도 크게 개선돼 올해 88억원의 순이익 달성도 무난할 것이란 게 회사측 전망이다.
한창제지는 당초 연말로 예정돼 있던 워크아웃 졸업을 상반기로 앞당기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벽산(대표 김재우)의 경우 인력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구조조정 대신 거래선 구조조정 방식을 도입,성공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천장재 내외장재 단열재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98년초만 해도 도·소매대리점,하도급업체 등 거래하던 업체수가 7천여개에 달했다.
그 중엔 연간 거래금액이 30만∼50만원 정도에 불과한 업체도 수두룩했다.
조사결과 거래금액 상위 5백50개 업체가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부터 거래선 구조조정에 착수,현재는 6백여개 업체하고만 거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벽산은 자체 영업직원들이 대리점을 개설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모두 1백30명이 65개 대리점을 차렸다.
이로 인해 인력 구조조정과 거래선 효율화가 자연스럽게 달성됐다.
회사관계자는 "거래선을 대폭 줄인 까닭에 불필요한 영업비용 부담과 부실채권 발생이 억제되고 있다"며 "올들어 1·4분기까지 매출과 경상이익이 각각 26%,7백68%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말에는 워크아웃 탈피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호유화(대표 황규억)는 제품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의 경쟁력을 키운 케이스.
98년 7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 회사는 인력감축 급여삭감(30%) 등의 구조조정에 앞서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던 ABS(플라스틱원료)수지 생산부터 중단했다.
생산성이 높지 않아 회사이익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그러나 유휴설비를 처리하는 게 문제였다.
신호유화는 중국에 합작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고민을 해결했다.
현지법인 설립을 결정한 2000년 4월 당시 투자할 돈이 없었기 때문에 설비를 현물출자하고 받을 기술이전료를 자본금으로 전입했다.
중국공장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회사측은 중국 법인이 연간 6백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호유화는 또 실적을 매달 직원들에게 알려주는 공개경영을 통해 구조조정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등반 도보행군 마라톤대회 등 각종 극기훈련을 통해 단결의식을 높이고 정신무장을 한다.
직원들이 회사갱생에 적극 참여한데 힘입어 이 회사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작년 회계연도에 흑자(36억원)를 낸데 이어 올해엔 43억원의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