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화선'은 조선시대 말 천재화가 장승업(1843∼97년)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2년 전 '춘향뎐'에서 판소리 가락을 화면에 풀어내는 모험을 감행했던 임권택 감독은 이번에도 한국화의 필치를 영화로 옮기는 실험을 시도했다. 오원(최민식)이 연신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여러 사람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된 영화는 곧바로 회상 장면으로 이어진다. 청계천 거지소굴 근처에서 죽도록 맞고 있던 소년 오원은 개화파 선비 김병문(안성기)의 손에 거두어진 뒤 그의 소개로 역관(譯官) 이응헌의 집에 의탁한다. 소년은 자라면서 탁월한 그림 솜씨를 보이며 당대 대표적인 그림 양식을 확립한다. 뛰어난 재주를 갖고 있었지만 그는 늘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그림을 그렸다가 불에 태우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깨달음을 얻은 뒤 홀연히 종적을 감춘다. '취화선'은 장승업의 치열한 예술혼을 큰 줄기로 하고 그 속에 첫사랑 소운(손예진),동거녀 진홍(김여진),평생 사랑했던 기생 매향(유호정) 등과의 만남과 방랑을 담고 있다. 2천7백65평의 부지에 세워진 양수리 서울종합촬영소 오픈세트는 19세기말 종로 거리를 그대로 재현했다. 이 영화는 지난 10일 개봉해 26일 현재까지 17일간 전국에서 48만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한편 '취화선'의 투자·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는 임권택 감독의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 이 영화를 전국에서 확대 개봉할 예정이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